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조용하게 별난 대학원생의 85일간의 제주산책
겨울잠
오늘은 무척 겨울 같은 날이다. 흐리고 바람도 차고 곧 비 소식도 있단다. 그래서인지 그냥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지만 그냥 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잠들어 늦잠을 잤고 느지막이 일어나 더러운 방바닥을 보고도 그냥 뒹굴거렸다. 몸도 무겁고 여러 가지로 피곤했다. 한동안 바쁘게 나를 먹여 살렸으니 게을러져도 괜찮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과외를 앞두고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사 와야 했지만... 귀찮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귀찮았다. 그래도 아예 외출하지 않는 건 허용할 수 없어서 쓰레기를 비우고 하는 일은 했고 점심, 저녁도 잘 챙겨 먹었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달리기를 하는 날이라 어쩔까 싶다. 2일 차. 발목도 시큰거리는데 괜찮은 걸까?
누워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유채꽃들 틈에서, 강렬한 햇빛 아래 혼자 겨울을 살던 앙상한 가지들이 떠올랐다.
오늘은 겨울잠을 자는 날이다. 바쁠 내일을 위해, 겨울 공기를 피해 잘 먹고 푹 자는 그런 날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