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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조각글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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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Sep 04. 2023

1호선 레퀴엠

Requiem of Line no.1

상행선과 하행선의 노래가 다르다는 것을 첫회사생활을 하면서 알게 됐다. 상행선과 하행선의 노래는 다르지만 어떤 게 상행선 도착곡이고 하행선 도착곡인지는 몰라서, 매번 나는 멜로디가 들릴 때마다 뛰기만 했다. 반대편 도착곡을 듣고 뛴 날은 화가 나기도 했다.


1호선은 보통 지상에 있고 숫자가 커질수록 땅굴 속 지하철이기 때문에, 신길역이나 가산디지털단지역을 거쳐서 환승할 때면 두더지가 된 것만 같았다. 끝없는 계단의 향연으로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내려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땅굴 파기 주식회사 같은 곳에 취업했지. 처음 철도가 들어왔을 때, 그 목적은 자원을 더 빨리 수탈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큰 변화는 없다. 오히려 그때는 강제로 뺏겼는데, 지금은 자발적으로 탄다는 게 다른가. 하나라도 더 많은 자원이 자처해서 타기를 청하고, 그런 자원을 보면서 다음 열차를 타라는 친절한 안내 방송까지 한다.


누군가 지하철이라는 말은 서울과 경기도 사람만 한다며 비웃었다. 굳이 땅굴을 안 파고 길 위를 달리기 때문에 주로 전철이라고 한다던가. 그가 가장 충격을 받은 점은 의도적으로 지방사람들을 배척하는 지하철게임이라 그랬다. 수도권 사람들과 서울 사람들이나 알지, 저거들도 부산 지하철게임 하면 우째 이기겠냐면서. 서울이 교통이 빠르고 편리하다 말하는 것도 기가 찬다고 그랬다. 자기네 고향은 사람들이 모두 차를 갖고 다니며,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을 차로 계산하지 버스와 전철로 계산하지 않는다고 그랬다. 주차난도 겪지 않으며, 어디든 쉽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그랬다. 경기도 사람들은 1시간 30분 거리가 가깝다고 하는 걸 보니 미친 것 같다 그랬다. 

그럼 서울에 왜 올라왔을까 싶은 거다. 결국, 아등바등 서울로 상경해서 살잖아. 항상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지만, 명절마다 고향으로 돌아가 상경했다는 꼬리표를 자랑하고 뿌듯함을 느끼며 다시 서울로 올라왔잖아. 잃어버리고 다시 발급한 민증에는 서울시 무슨구청장 도장이 찍혀있다며 이제는 서울시민이라고 자랑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마음은 아직도 모르겠다. 애증인가, 질투인가.


언젠가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전철을 보면서 관의 향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렵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려던 내 또래의 노동자가 죽었으므로 더 오싹했다. 그리고는 얼마 있다가 압사사고로 많은 청춘을 잃고 나서는, 지하철을 타는 게 힘들어졌다. 서울로 향하는 관짝으로 구겨 들어가 레퀴엠을 들으며 송달되는 자원이 나라는 걸 인식하고 나서는, 사표를 냈다. 관에 있었으니 내가 그동안 그렇게 숨이 막혔구나.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내리는 사람이 모두 하차한 다음, 안전하게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잔혹하고 친숙한 레퀴엠은 끝없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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