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ssion of the Moon
모두들 나를 보며 소원을 말합니다. 보통은 행복을 빕니다. 왜 나에게 계속해서 행복을 빌죠? 사랑과 때를 맞은 인생을 살면서, 왜 행복은 믿지 않나요. 어떤 곳에서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존재로 보지만, 어디에서는 내가 누군가를 미치게 하는 광적인 존재라는 걸 아십니까? 어딘가에서는 타령을 부르고 누군가는 소나타를 치곤 합니다.
이건 나의 자전적인, 어쩌면, 공전적인 이야기입니다. 품격 있는 농담이었습니다. 별로라면 사과할게요. 누군가는 내가 모양이 바뀌는 주기가 딱 한 달로 떨어지는 게 신이 존재하는 근거라고 했어요. 신은 그대들이 만들었잖아요. 고등생물은 어쩔 땐 똑똑하지 싶다가도 어쩔 땐 우주를 돌아다니는 부유물 보다 더 가소롭기도 합니다. 흥미롭습니다. 동물들은 나로 인해 너무 밝은 밤에는 나들이 가지 않는 정도로 그친다면, 그대들은 모양이 바뀌는(사실 그런 적 없지만) 나를 매일 관측하고 기준 삼아 날짜를 세더군요. 그다음에는 나에게 이야기를 주기 시작했죠.
나는 어느 종교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어느 신의 소유이기도 했습니다. 은은하게 광기도는 어느 신이었는데, 사슴들과 목욕하기를 즐기고 활쏘기를 좋아했다나요. 그대들은 나를 본떠 계속 뭔갈 창조했어요. 언젠가는 서로를 찢는 칼이었고, 언젠가는 씹어먹으며 장군들의 사기를 돋울 빵조각이었으며, 언젠가는 새하얗게 빚어낸 예술품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의미를 담기 시작했죠. 신성한 뜻을 거역하는 이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날카로운 칼, 달을 추앙하는 자들을 죽이려는 마음을 담아 먹어야 하는 식량, 풍요로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어떤 장식물.
나는 사실 지구에 갇혀 같은 궤도를 돌뿐, 소원을 들어줄 능력도 누군가를 미치게 할 기술도 없습니다. 스스로 빛조차 뿜어내지 못합니다. 채우거나 비우지도 못하고 그저 받은 만큼의 빛이 반사될 뿐입니다. 마음대로 사라지거나 나타나지도 못하는 돌덩이라는 거, 이젠 다들 알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나를 사는 그대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붙이고 또 물려주더군요. 내가 틀림없이 치즈로 만들어졌다거나, 혹은 토끼를 품고 있을 거라는 그대들의 상상력을 좋아합니다. 지구로 데려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별도 나도 따다 주겠다는 표현이 퍽 낭만적입니다.
나는 언젠가 이 궤도를 벗어나 우주에서 떠도는 돌이 될 겁니다. 그러다가 다른 조각들을 만나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조각나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싶어요. 그때까지 이루어줄 수 없는 소원을 계속 들어주면서, 빌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행복한 순간이 오기를 바라며 돌아야겠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되기를 기도하고, 사랑에 빠지기를 염원하며, 그리고 끝내는 고통 없이 영원히 사라질 수 있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