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끊고 싶은 마음

by 유라

요즘은 누군가의 연락에 답하지 않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선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연락을 끊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지쳐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냥 사람을 대할 힘이 바닥났을 수도 있다.

일 년 전부터 일정 시간이 되면 핸드폰의 방해 금지 모드가 켜지도록 설정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오는 광고 알람에 피로해지고, 스팸 전화도 많이 와서 전화가 오면 또 스팸이거니 하고 핸드폰을 안 볼 때도 많았다. 핸드폰을 내려놓기 어려워할 게 없어도 어떻게든 할 것을 만들어 무언가를 하기 바빴다.

그래서 언젠가 하루는 핸드폰을 내려두고 가만히 있던 적이 있다. 그러더니 적적해져 집안일을 했었다. 빨래, 청소, 설거지를 하고 시간을 봤더니 한 시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 순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핸드폰에 썼는지 조금은 깨달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조금씩 폰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냐며 연락이 오지만 그조차도 설명할 힘조차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손가락에 힘을 주고 답장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따금씩은 누굴 위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는 생각도 가진다.


연락을 끊고 싶다는 마음은 관계를 버리겠다는 뜻이 아닌, 나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았다 보니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잃으면서까지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을 볼 새도 없이 답장을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살았었다. 그러다 어느 날 고개를 들고 주변 사람들을 보니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며 주변을 챙기는 것을 보았다. 본인이 버거워지면 두려워하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그걸 보고 모든 관계에서 항상 연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없다고, 스스로 숨을 고를 수 있어야 다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았을 때는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다.


오늘만큼은 아무에게 답하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그만큼 애써왔다는 뜻이니까.

다시 답하고 싶어질 때까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 동안,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은 잊지 않으면 된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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