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짧은 단상 1
마지막 글을 쓰고 시나리오를 적겠다고 보낸 시간이 벌써 두 달이다. 이 정도면 하고 싶은 건지, 진짜 하고 싶은 건지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맞아 ‘라고 되뇌인다.
할 건지 말건지 물어보지 마. 한다니까?
영화에 대한 짧은 단상 2
근데 왜 하필 영화냐고 물어보면 마땅히 말할 이유가 없었다. 22살 때, 원하던 대학교 다 낙방하고 좌절하던 시절 나 좋아한다고 졸졸 따라다니던 오빠가 한 번은 이런 이야길 했다.
"하고 싶은 거 알겠는데, 너 영화는 찍어봤냐? 뭔 찍어보지도 않고 이렇게 낙심을 해."
그 말이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간헐적으로 떠오르는 거 보면 어떻게 서든 해야 하는 인생에 숙제 같은 걸지도. 그 오빠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음악 신나게 하고 있다.
but I'm still 회사원.
근데 두고 봐라. 내가 더 잘할 거다.
영화에 대한 짧은 단상 3
서로의 두려움이 평화를 낳는다. 결핍과 결핍이 만나 안정을 낳는다. 결국 내 결핍은 어떤 하나의 매개체와는 무조건적으로 닿아야 이 삶에 분명하고도 확실한 평화가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그 매개가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영화를 통해 내가 받은 위로를 꼭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다. 우리의 두려움이 만나 평화를 낳고, 우리의 결핍이 만나 안정을 낳는다고. 언젠가 나의 영화를 보고 만나게 될 관객과 나는 이미 '우리'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영화에 대한 짧은 단상 4
누군가는 이 길이 불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이 길을 어떻게 서든 걸어가라고 응원한다.
'예술은 불안정해서 돈 못 버니까 행복할 수 없으니까 그 길은 좋아도 가지 않을래요.'라고 요즘 딩초들이 이야기한다. 이게 다 나 같은 직장인들이 고정수익의 안일한 달콤함에 빠져 꿈을 접는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다.
근데 얘들아, 결국 인간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야 하니까 회사원 돼서 예술해. 그게 개꿀이야.
영화에 대한 짧은 단상 5
창작의 대한 욕구는 항상 넘치는데 온전히 고독할 시간이 없다. 사람은 좀 외롭고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뭐든 꺼내어 볼 시간이 생긴다. 영화 찍겠다는 말 여기저기 하고 다니지 말라는데, 나는 하고 다녀야 더 할 것 같아서 더 하고 다닌다. 이런 짧은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고, 그 덩어리를 어떻게든 잘 빚어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사람 좀 덜 만나야 한다. 외롭고 지루한 시간 속에 새로운 것들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