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성장에 눈물이 난다.

유치원 공개 수업

by 졔졔맘

"10월 17일로 날짜가 잡혔어요. 어머니."


일상적인 전화 끝에 유치원 공개수업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대충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일단 내가 쉬는 날이 아니니 일정을 조율해야 된다. 빠르게 그날 쉬는 동료에게 연락을 하고 양해를 구한 뒤 일정을 바꿨다. 그다음에 뭘 해야 되더라.

녹색창에 [공개수업 패션] 뭐 이런 걸 검색해보기도 하고, 급하게 저녁밥을 덜어내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마치 새끼발톱 끝에 얄팍하게 갈라져서 양말이나 스타킹에 걸리적거리는 깨진 발톱처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삶을 지속하는 내내 그렇게 신경 쓰였다.

총 한 달을 되짚어 보면, 한 주동 안은 평상시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명품가방을 뒤지기도 하고, 어색할 것이 분명하지만, 명품 목걸이, 눈에 확 띄는 팔찌,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네 잎클로버 보석 등을 마구잡이로 찾아보고 장바구니에도 담아보고, 한꺼번에 지워버리기도 하면서 보냈다. 소위 <올드 머니 룩>이라는 것을 대충 집에 있는 걸로 재연해보기도 하고, 아이 장난감과 인형들이 차지하고 있던 실내자전거를 구석에서 꺼내서 밤마다 돌려보기도 했다.

너 정말 비싸더라…(출처:어느 블로그)

윙, 윙 소리가 나는 온라인에서 7만 원인가 주고 산 이 오래된 실내자전거를 이렇게 오랫동안 모시고 있을 줄 몰랐다. 아무 기능도 없다. 속도 측정기도 시간 측정기도 이전에 떨어져 나갔다. 그 낯선 물체가 신기했는지 아니면 18개월 생전 움직인 적 없는 엄마가 이렇게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신기했는지 둘째는 연신 주변을 왔다 갔다 했다. 그걸 본 첫째가.


"엄마 운동해야 돼. 언니 open class에 이쁘게 하고 와야 된다고."


그날,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나의 즉흥적임을 한탄하면 한 며칠간은 움직임이 적어졌다.

나쁜 순환의 연속.


나머지 3-4주간은 옷을 알아보고, 몇몇 패션도 뒤져보고, 이미 공개수업을 거친 다른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해봤다. 동료들에게도 물어보고, 끝나고 엄마들하고 차를 마셔야 하는지.. 선생님에겐 뭐라고 해야 좋을지. 머릿속을 정리해 갔다. 그러던 중, 어린 둘째에게 밀려서 매일 서운해하는 첫째와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페셜데이로 해야겠다 싶어서 쉬는 날이지만 둘째 시터선생님을 불러놓고, 그날 첫째 스케줄도 싹 정리했다. 그날만 오면 된다. 체력을 비축해야겠다. 하루종일 아이와 놀아야 하니까. 자전거를 다시 구석으로 집어넣었다.

나쁜 순환의 연속.


두둥.

오늘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생각보다 이른 참관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산히 움직였다. 주차장이 협소한 유치원은 대중교통을 타기로 마음먹고, 더 놀겠다는 둘째를 거의 던지듯 어린이집에 넣어뒀다. 좀 거리가 있는 유치원이라서 환승을 해야 되지만 어느 정도 갔다가 내려서 걷기로 했다. 가을내음이 좋으니까. 나름 옷도 괜찮으니까. 아침에 부기를 빼기 위해 두드렸던 아래턱이 얼얼했다. 더 붓겠다 싶어서 목이 마를까 준비한 물통을 가져다 댔다. 걷기 시작하고 시간이 다가오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무조건 나보다 멋지고 날씬하고 명품가방도 너무 잘 어울리는 엄마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깨가 오므라지는 걸 튼튼한 승모근으로 버텼다.

아이의 반은 작았다. 파란 책상이 두줄로 되어 있고, 제일 앞자리에 3, 뒷자리에 4 앉을 정도로 학생은 별로 없었다. 앞자리 책상 가운데에 앉아있는 아이는 긴장한 모습이었다.


'나도 그래.'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9월부터 신나게 부르면서 외우던 [댄싱퀸]에 맞춰서 아이들이 쭉 써서 율동과 노래를 불렀다. 좁은 곳에서 거의 붙어서 움직이다 보니 거의 다 부딪히곤 했다.


어색했다.

이 작은 교실이 네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구나. 이 아이들이 네가 매일 같이 공부하고 노는 아이들이구나. 맨날 까불기만 하고, 장난도 치던 내 아이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님 원래 그런지 얌전했다. 미리 연습하고 외운티가 많이 나는 발표도 하고, 문제도 맞히고 하는 모습을 보는데 눈시울이 뜨거웠다. 어색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내가 모르는 너의 세상.

이 작은 공간도 나에게 이렇게 낯선데 더 더 커서 너의 세상이 커지게 된다면, 나는 그 안에 있을 곳이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런 공간조차 바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너는 지금처럼 내가 모르는 그 세상 속 이야기를 나에게 해줄까.

그 안에서 네가 누군가와 주고받는 눈빛과 행동, 그리고 그 안에서 네가 생각한 너의 위치와 책임, 어떤 행동에 대한 반성 또는 믿음 그 모든 것을 나는 다 알지 못할 것을 안다. 그리고 오늘 그것을 더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치는 나의 아기.

부모가 된다는 것은 꽉 잡은 여린 손이 점점 단단해질 때 조금씩 힘을 빼서

적절한 순간에 자유롭게 놔주는 것이리라.

언젠가 잠시 쉬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활짝 펼치고 살아가게 되겠지.

나는 그런 훌륭한 나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누피에서 위로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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