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유리 Aug 16. 2017

어울리는 색보다 원하는 색



나에겐 고등학교 후배이자 대학교 동문인 후배 G가 있다.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10여년 만에 연락이 닿은 그녀는 국제개발협력 일을 한다.

그녀가 나이지리아에 살 때 그 열악한 와이파이 환경에도 불구하고 종종 내 블로그에 들어와 패션과 스타일링에 대한 컨텐트를 부지런히 접했다.

그녀가 작년 가을 잠시 한국에 귀국했을 때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선배, 제가 누군지 알고 나서야 어떤 옷을 버려야할지 알게 됐어요!"

워낙 욕심도 많고 아이디어도 넘치는 친구인지라 옷 욕심도 많았었다. 자기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옷이 많다는 건 이동이 잦은 생활에 상당히 방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옷 욕심을 너무 부리다 보니 늘 그 많은 옷들을 거추장스럽게 이고지고 다녔단다.

그러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며 무엇을 입어야할지 결정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접하고,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입지 않을 옷을 추려내어 50벌이나 버렸다고 한다.

나는 몰랐지만 그녀가 옷을 50벌이나 버린 건 일대 사건이었다. 한국의 부모님도 '진짜로 버렸냐' 몇 번이나 물어봤고 함께 살고 있던 미국인 남편도 그녀가 옷을 버리게 된 계기가 된 내 블로그를 궁금해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용을 열심히 영어로 통역해주기까지 했다고)

- 디테일이 과하고 강한 느낌의 패션 아이템보단 심플한 옷에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을 더하라 (빼기의 법칙과 더하기의 법칙)

- 서로 반대되는 속성을 지니는 패션 아이템을 믹스 매치해야 촌스럽지 않고 멋있어 보인다
(반대의 법칙)

- 화려한 탑 보단 얼굴 근처에 여백을 주는 화이트 탑을 입어야 소통 상대방에게 인지 부하를 유발시키지 않고 내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호감을 유발할 수 있다
(여백미의 법칙)

- 배색이 잘 된 한 가지 아이템(꽃무늬 원피스, 체크무늬 셔츠 등)이 아니라 단색의 아이템을 따로 구매하여 조화로운 배색을 만들어야 옷 입기가 쉬워지고 멋스럽다
(색상 조화의 법칙)

내가 평소 강조해온 스타일링의 네 가지 법칙이다.

그런데 정체성에 맞게 스타일리시하게 옷을 입도록 도와 드리는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런 법칙에 맞는 패션 아이템 쇼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얼마 전부턴 나의 네 가지 스타일링의 법칙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블로그에서 추천하고 있다.

내가 버건디와 그린 두 가지 컬러가 있는 핸드백을 추천하자 G는 둘 중 너무 고민이지만, 자긴 그린 색상의 광팬이라 그린에 더 끌린다는 댓글을 달았다.

내가 그녀에게 단 댓글
"그러다가 '슈렉'된다"

그린 아이템이 이미 많다면 그린과 조화로운 배색을 가능케 해주는 아이템을 구입해야 그린을 더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얘길 주고받다 보니, G는 자기가 좋아하는 배색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넌 니가 좋아하는 배색이 뭔지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옷을 사는 게 좋겠다"

그녀에게 몇 가지 배색표를 보내주고 딱 두 개를 고르라고 했다. 2주가 지났을 무렵 답이 왔다.

"선배, 그낭 딱 봤을 때 힐링이 되는 컬러가 있고, 보자마자 넘기게 되는 컬러가 있어요. 근데 봤을 때 힐링이 되는 컬러를 고르는 건지 제 옷장에 있는 아이템과 조화를 이루는 걸 골라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고르고 있는 색을 보니 파스텔 계열이 많은데 전 얼굴이 까무잡잡해서 그런 색이 안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자꾸 필터링을 하게 되더라구요."

내 대답은 이랬다.

"딱 봤을 때 힐링 되는 걸로 골라. 패션으로 힐링하려면 어울리는 색이 아니라 니가 원하는 색을 골라야 해. 그래야 앞으로 10년 후에 니 옷장에 너를 힐링시키는 컬러의 옷만 걸려 있을거야."

G의 반응은 흥미로왔다.

"캬.... 전 제가 좋아하는 색을 좋아해도 되는지 조차도 몰랐어요. 근데 정말 그러네요. 10년 뒤 제 옷장에 제가 좋아하는 컬러로만 옷이 가득하다면 정말 옷 입는 게 행복하겠어요."

많은 분들이 꽃무늬/체크무늬 옷을 고르시지만, 사실 그 꽃무늬/체크무늬가 아니라 그 배색을 좋아하신다는 걸 나중에 깨닫고 흥미로워하신다.



레드, 화이트, 블루의 삼색이 어우러진 국기들을 떠올렸을 때 난 미국이나 영국 국기보다는 프랑스 국기가 더 오래 바라보아도 덜 질린다. (특정 국가를 더 좋아하는 건 아님을 밝혀둔다)

내가 배운 컬러테라피에 따르면 우리는 본인의 내면을 표현해준 컬러를 접하게 될 때 상당한 힐링을 경험한다.

누군가에 의해서 진단받은 컬러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배색을 고르고, 그것을 따로 따로 구매하여 입음으로써 많은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색을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누리고 힐링을 경험하셨으면 좋겠다.









사야할 옷과 사지 말아야할 옷, 살 때 편한 옷보다 입을 때 편한 옷이 뭔지 콕 찝어 알려드릴게요.

옷 살 때 쇼핑몰 사장님이 안 알려주는 쇼핑 꿀팁. 모두모두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핑크 부츠, 괜찮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