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1. 극기훈련인가 여행인가

아이와 함께하는 해외여행, 올인 크루 시브만이 정답은 아니다!

by yurikim

과거에는 배낭여행을 꽤나 즐기며 도시 골목골목을 둘러보는 걸 좋아했던 당신. 아이의 부모가 된 후 모든 걸 내려놓고 아이와 갈 만한 여행지만 둘러보고 있나요, 그저 휴양지, 올인 크루 시브가 답이라고 생각하나요? 조금 이기적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아이와 '함께'하는 건 어떤가요?


저는 자신 있게 뉴욕, 그리고 디즈니월드를 추천합니다.




남편의 휴가 일정을 듣고 가장 고민했던 건 과연 뉴욕을 뭣도 모르는 5살 꼬맹이와 가는 게 맞는가였다. 우리 집 아들도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키즈카페와 로봇 장난감만이 기쁨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5살 남자아이다. 그 아이와 함께 맨해튼의 야경을 보고, 미술관을 둘러보고, 첼시마켓의 랍스터를 먹으러 가는 게 과연 즐거울까? 물음표만 머리에 가득했다. 재미없어 집에 갈래를 연신 외치고 그 짜증을 받아내느라 아무것도 못 보고 돈만 낭비하게 되진 않을까?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내 갈대 같은 마음을 잡아준 건 남편의 욕심이었다. 길게 휴가를 내기 어려운 처지라 이 긴 휴가에 꼭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가야겠다는 남편의 욕심 덕분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뉴욕행 항공권을 결제했다. 아 그런데 이 남자,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는데 디즈니월드는 가봐야 하지 않겠냐면서 (정말 아이 때문이 맞는지?) 올란도행 국내선 항공권과 디즈니월드 리조트까지 예약해버렸다.


이렇게 한 번가는 미국 제대로 가자면서 빠듯해진 스케줄이었지만 결론은 아주 잘!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에 휴양지, 리조트라는 벽을 세우고 그 안에서 고를 필요는 없다. 물론 지친 일상에 편-히 쉬고만 싶다면 뉴욕은 절대 추천하지 않겠지만, 그저 아이 때문에 뉴욕을 포기하기엔 이르다. 결국 아이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고, 어느 정도 부모의 취향을 존중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뉴욕은 우리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피자, 감자튀김으로 가득한 곳임과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박물관, 미술관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아이와 함께하는 뉴욕 여행,

그게 극기훈련이지 누구를 위한 여행이냐고?

당연히 나를 위한 여행이지.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가치관과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독하게도 이기적인 사람이고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고도 나는 늘 이기적이라고 동네방네에 떠벌리고 다닌다. 뭐 이런 엄마가 다 있겠냐 하지만 나도 밤새 아픈 아이를 간호하고, 이유식을 만드느라 쪽잠도 자고, 어린이집 학대 뉴스에 무서워 만 36개월까지 어린이집도 못 보내고 독박 육아로 아이를 돌봤다.

이 모든 게 아이를 위한 희생이냐고? 이기적인 나를 위해 한 결정이다.


내가 한 출산과 육아라는 결정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그 책임감에 흠집이 생겨 나 자신이 상처 받고 힘들어하지 않기 위해 딱 그만큼만 아이를 돌봤다. 죄책감에 힘들어 울지 않기 위해, 이기적인 나를 위해 그랬다.


나는 내가 행복한 삶을 늘 꿈꾸고 지향한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내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려 힘쓰고 내 행복을 위해 내 남편의 취미를 존중해주고 대인배도 되어본다. 이게 내가 뉴욕으로 행선지를 결정한 이유다. 남편과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가는 소중한 휴가이자 여행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리 둘의 만족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뉴욕에 가서도 내 아이와 좋은 추억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나게 호텔에서 물놀이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한 우리 부부에게도 공평한 여행이고 싶었다. 아니, 우리 부부가 더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었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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