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돋는 소설

by yurikim

아예 첫 단락부터 '나는 픽션입니다' 도장찍고 들어간 소설 <사하맨션> 뭐 얼마나 대단한 판타지이길래 일곱명의 총리가 관리하는 새로운 도시까지 만들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고전소설들처럼 빅브라더가 조종하는 세상속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싶었다. 정말 으스스하겠지.


디스토피아소설이라기에 크게 마음먹고 봤다. 그런데 읽는 문장 한문장이 다 내 얘기같았다.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명분 하에, 또 돈이 필요했기에 일은 열심히 하지만 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편한 잠을 청하는 내 모습이었다. 쉽게 사람들을 하대하고 차별하는 모습은 뉴스에서 본 것이 분명했다. 그래 조남주 작가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이 그랬다. 온갖 통계를 끌어다 사실나열에 지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소설이라고 했다. 소설이지만 사실이었고 사실을 이전에 면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다.


뉴스에서 매일같이 나오는 사실의 집합체가 사하맨션이었다. 그래서 너무 불편하고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도 애매하다. 나는 읽고 몇번이고 머리를 얻어맞았고 정신차리고 땀흘려 살아도 제대로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열심히 살자며 다짐했다. 또는 열심히 살아도 제대로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읽던 책이나 마저 읽자며 나 자신을 회유했다. 현실을 마주함과 동시에 현실에서 떠나왔다.


진경은 돌아가지 않았다.

나도 돌아가긴 싫지만 우선은 노트북을 덮고 현실로 돌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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