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뉴욕의 화요일, 아이와 여행, 자연사박물관

김씨 가족의 미국 여행 이야기 , 5살 아이와 뉴욕 자연사박물관

by yurikim
2018년 9월 25일 화요일




자연사박물관

이럴 때는 꼭 일기예보가 딱 들어맞는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식사는 숙소 근처에서 TOGO로 감자요리와 오믈렛을 먹었다.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먹을만했다. 이게 뉴요커들의 아침인가 싶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실내로 가기로 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감상을 먼저 짧게 쓰자면, 자연사박물관 앞에 살고 싶다. 그곳 한 군데라면 충분할 것 같다. 이 여행기에서 존재감 너무 없는, 일정 너무 잘 소화하고 있는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곳이기도 하다.

'우와'를 계속 연발했다. 커다란 공룡이 내 앞에 서있었다. 오래전 지구의 포식자였던 공룡의 시간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잘 와 닿았단 건 공룡이 죽고 난 이후의 시간들이다. 공룡의 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잘게 잘게 부서졌다. 어떤 건 내 손가락 마디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스러진 뼛조각들은 인간들의 붓질로 다시 빛을 보았다. 그 뼛조각들을 공룡으로 다시 세우기까지, 노력의 시간이 고스란히 박물관에 담겨있었다. 시간의 가치를 알고, 그를 기록하기 위한 수많은 학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왜 그런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이미 사라진 공룡들이 과거에 살았다는 사실이 현재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하여 말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시간에서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공룡도 시간앞에서는 덧없이 사라졌다. 인간이라고 이 시간을 피해갈리 없다. 언젠가 우리가 공룡과 같은 위기에 처했을때, 우리는 과거의 공룡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되짚어보고 인류를 시간으로부터 최대한 오래 지켜낼 수 있을것이다.

우리의 오늘 일정 역시 시간 앞에서는 덧없다. 벌써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화석관을 나와 동물관을 훑고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자연사박물관에서 하루종일 있을 수 있는데는 이 푸드코트도 한 몫 할 것이다. 밖을 나갈 필요가 없다. 마치 이케아 푸드코트 같은데 가격도 비싸지 않고 맛도 그럭저럭 괜찮다. 이것저것 담아서 간식 겸 식사를 했다.



여행기에 쓰기엔 조금 그렇지만 가족과의 여행이 테마인 관계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푸드코트에서 남편과 싸웠다. 싸웠다기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냈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 빠듯한 일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비도 오고 좀 쉬고 싶었다. 그대로 자연사박물관을 빠져나와 혼자 르뱅 쿠키까지 걸어갔다. 못된 짓해서 벌 받는 것인지 찾아간 곳은 문을 닫아 헛걸음을 한번 하기도 했다. 쿠키를 사고 블루보틀에 가서 라테도 사서 숙소로 돌아오니 같이 먹을 가족이 생각났다. 일정에 관해서는 좀 더 서로를 배려하기로 약속하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숙소 앞 한식당에서 매우 비싼 순두부를 먹었다. 가게 이름이 초당골인데, 맛도 좋고 밑반찬도 맛있었지만 강릉 초당두부마을에서 지난주까지 두부요리를 사 먹던 우리에겐 너무 비싼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거의 매일 비싸다는 투정을 하게 된다. 그래도 맛있는 한식도 먹고 (내가 이렇게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는 정말 몰랐다) 남편과 갈등도 조금 해소된 것 같았다. 그리고 남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뜸 비도 오고 일정도 비었으니 위키드 로터리를 해보겠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근처 록펠러 센터 레고 스토어에 나와 아들을 두고는 비 오는 길을 뛰어가더니 (거의 날아서)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레고를 한 바가지 사 가지고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때웠다. 분명 어제까진 발에 불이 나게 돌아다녔으면서 시간을 때웠다고 말하면 조금 어이없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 결국 운 좋은 남편은 로터리 당첨으로 30불에 위키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나와 아이는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돌아가는 중간에 아들이 잠들어버려서 업고 가느라 정말 힘들었다. 새삼 서울의 지하철이 깨끗하고 편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상상도 못할 일이고, 엘레베이터도 없는 역이 다반사다. 아이를 업고 비를 맞으며 계단을 내려가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미드맨하탄에 숙소를 잡은 일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다시, 다시한번 더 생각했다. 한인마트에서 사온 호박죽을 아이에게 먹이고는 재웠다. 그리고 뮤지컬을 다 보고 나온 남편을 시켜 치폴레를 투고로 먹었다. 의외로 멕시코 요리가 개운하고 맛있다. 쌀요리라 부담 없기도 하다. 야밤의 멕시코요리는 컵라면 다음으로 개운했던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와 치폴레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멕시코요리를 먹었으나, 그 맛은 나지 않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말인데, 이후에 우리 가족은 뉴저지에 가서 치폴레보다 더 맛있는 멕시코 요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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