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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이와 함께하는 김씨네 미국여행, 서클라인 크루즈 타고 자유의여신상

by yurikim


2018년 9월 27일 목요일



일기예보에 해가 떴다. 오늘은 뭐든 많이 걷고 많이 보겠다며 아침 일찍 숙소를 빠져나왔다. 이쯤 되면 5살 난 내 파트너는 확실히 여행 체질이라 하겠다. 매일 아침 우리 셋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숙소 TV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즐겼다. 유모차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겠지만 모든 일정을 큰 투정 없이 잘 가주었고, 낯선 외국음식도 전부 좋아해 주었다.

날이 좋으니 전망대를 가겠다며 록펠러센터에 예약을 하러 갔다. 가는 길에 외국 체인 음식점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수프를 판다고 해서 갔던 건데 수프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샐러드는 아직도 생각나는 맛이다. 샐러드 치고 자극적인 게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비슷한 게 우리나라에 있다면 꼭 찾아먹어보고 싶다. 바로 근처에 패트릭 대성당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방명록을 쓰고 탑 오브 더 락 전망대는 해 질 무렵으로 예약했다. 남편이 구매해온 사이트시잉패스를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그 패스를 이용해 관광지를 티켓팅 할 때마다 '정말 잘 샀어'라는 자화자찬의 말을 빼먹지 않는 능청스러운 남편이었다.



서클라인 랜드마크 크루즈

전망대 예약을 하고 나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확인하고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기로 했다. 록펠러센터 앞에서 버스를 타고 바로 선착장까지 갈 수 있었다. 우리 여행 시점이 UN총회 시점이라 곳곳에서 경찰차가 길을 통제하기도 했고 덕분에 길은 더 막히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UN투어도 아예 예약을 할 수 없었는데, 아들이 어려서 예약이 가능했어도 못 볼 처지였다. 아예 예약조차 불가한 상황이 나를 덜 아쉽게 만들어줬으니 고맙다고 해야겠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지만 선착장 부근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4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기다리는 동안은 좀 지겹고 추웠다. 하지만 배에 오르고 출발하면서 바로 잊혔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비로 가득했던 일기예보 한가운데서 이런 날씨에 크루즈를 탈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예상치 못한 행운 덕분에 시작부터 두배로 즐거웠던 크루즈 관광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크루즈는 리버티섬에는 내리지 않고 자유의 여신상을 한 바퀴 돌고는 맨해튼의 다리 아래를 지나며 맨해튼을 쭉 돌아오는 코스였다. 처음에는 리버티섬에 내리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지만 맨해튼의 전경은 넘치도록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어떻게 봐도 멋진 풍경이었다. 가이드가 배가 출발해서 내리는 2시간을 쉬지 않고 랜드마크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영어 듣기 평가인 줄 알았다.

배는 맨해튼에서 멀어져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갔다.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손을 높이 뻗어 뉴욕의 가장 가는 랜드마크를 화면에 담으려고 애썼다. 아들도 멀리서 보던 커다란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발을 동동거리며 신나 했고 아들뿐 아니라 우리 부부 역시 자유의 여신상을 앞뒤 좌우로 감상할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한 손을 높이 들고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숙소 캐리어에 두고 온 선글라스가 그리웠다. 아마 크루즈 위에서 기미가 10개쯤은 더 생겼을 것 같다. 크루즈는 자유의 여신상을 뒤로하고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브리지 읠리엄스버그브릿지까지 아래로 지나 배를 돌려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덕분에 브루클린 브릿지의 위와 아래를 모두 관광하게 되었다.




첼시마켓

선착장으로 돌아와 우리는 그 유명한 첼시마켓 랍스터를 먹으러 갔다. 사실 남 들다 하는 그런 흔한 관광은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맛있다. 맛있으면 장땡이다. 이렇게 쓰고 끝내도 상관없지만 첼시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써보려고 한다. 느낌은 약간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나, 백화점 지하 1층 같다. 실제로 백화점들에서 첼시마켓을 벤치마킹했을 것이라고도 추측한다. 배가 고파서 도착하자마자 랍스터 플레이스로 직진해서 바로 주문하고 10분 정도 뒤에 쪄서 나온 랍스터를 먹었다. 아이를 위해 밥 메뉴도 시켰는데 양이 적으니 이점은 꼭 참고했으면 좋겠다. 5살짜리 아들이 혼자 먹고도 약간 부족한 정도의 양이었다. 맛있었고 맛있었다.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지만 미국의 식당에서 테이블 서비스를 받는 가격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싸게 랍스터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첼시마켓을 구경했는데, 예쁘고 쓸데없는 것 모으는 게 취미인 우리 부부와 아이에겐 첼시마켓이 딱이었다. 정말 안 쓸 것 같은 메모지부터 펜, 유아용 스푼, 달력까지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이 가득했다. 달력을 안 사 온 것은 약간 후회한다. 잡화점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아들은 아예 자리까지 잡고 책을 읽는 통에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겨우 빠져나와 간식거리를 몇 가지 사서 하이라인으로 이동했다.




하이라인

미국 여행을 계획하기 이전부터 하이라인은 꼭 가보고 싶었다. 하이라인 계획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고가철로에 대한 생각이 신선했다. 보통은 안 쓰면 버리는 것이 일반화되어있고, 특히나 쓰레기를 엄청나게 대충 버리는 미국에서 그런 생각을 해내다니 놀라웠다. 쓸모없는 것이었던 철로가 전 세계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공중에 떠있는 공원을 따라 뉴욕의 고층건물 사이를 지나가 본다. 바닥에서 조금 위로 올라왔을 뿐이고, 이곳은 폐철로였을 뿐인데 상당히 묘한 느낌을 준다. 색다른 구도에서 자연과 함께 보는 맨해튼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뉴욕에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더라면 좋았을걸이란 생각을 했다. 맨해튼의 맛있는 TOGO음식들을 하이라인에 앉아서 먹을 것이다. 크림치즈 베이글 샌드위치나 컵케익이나 햄버거 같은 음식들 말이다. 또 이어폰을 끼고 음악도 들어볼 것이다. 100층 높이의 전망대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걷다가 힘들면 또 벤치에 앉아 쉬면서 하이라인의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좁은 골목과 같은 길이 아이에게는 미로 찾기 같았는지 신나게 길 끝을 찾았다. 끝까지 걸어온 건 정말 좋았는데 아쉬운 건 첫째, 그 파랬던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있었던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전망대에 올라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보니 아쉬웠지만 우리는 예약한 전망대로 향해야 했다.



탑 오브 더 락

날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흐려졌다. 그래도 우리는 탑오브더록펠러센터로 올라간다. 예약을 해두어서인지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두 옥상에 모여들었다.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 와중에 남편을 잃어버려서 아들과 나는 여러 층의 전망대를 모두 가볼 수 있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잘 보이는 곳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그 앞을 에둘러싸고 모여있었는데, 정해져 있거나 보이진 않지만 작은 룰같은게 서로에게 존재했다. 내가 난간 바로 앞까지 오는 차례가 되면 사진은 재빠르게 찍는다. 그리고 찍고 나면 꼭 난간에서 멀리 벗어났다. 사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하루 종일이고 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가장 잘 보이는 포토스폿에 앉아 동영상을 찍는다 해도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말도안 통하는 외국에서 서로의 좋은 여행을 위해 배려하는 게 조금은 신기하고 감동이었다. 아예 천정이 없는 야외에서 맨해튼의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게 탑 오브 더 락이 유명한 이유 같다. 또 층이 여러 개로 나뉘어있어 원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다만 그곳에도 아래와 똑같이 사람은 많다. 차라리 유리창이 막고 있더라도 난간에 걸터앉아 쾌적하게 보는 걸 택한 사람들도 있다. 실종됐던 남편은 아주 많은 사진을 찍은 것 같다.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나는 아들과 함께 전망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피곤했고 우리는 다른 관광객들에 비해 조금 이르게 그곳을 나왔다.

NBC 방송국 기념품샵에서 아들을 달래기 위한 젤리를 한통 샀는데, 통에 들어가는 한 많이 담을 수 있고 가격은 20불이 조금 안됐다. 충치균이 가장 좋아한다는 젤리를 이렇게나 많이 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적당히만 담았는데, 꽉꽉 채워서 담아왔어야 했다. 그냥 젤리 같은데 무척 맛있었다. 특히 체리맛은 전부 내가 다 먹은 것 같다. 록펠러센터를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메그 놀라 컵케익과 중국요리를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었다. 중국요리는 가격에 비해 양이 무지 많았고 볶음밥은 그럭저럭 맛이 있었다. 하지만 국수 요리는 면이 별로였다. 분명 쌀국수로 바꿀 수도 있었는데, 일반 가락국수 면으로 주문한 남편에게 잔소리를 조금 했다. 먹는 건 중요하니까. 그래도 그 국수의 국물 덕분에 조금 느글거리는 볶음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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