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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ASS Aug 24. 2021

건축의 이유

 DESIGN THOUGHTS EP 6

WK_6. Reason for Architecture

KEYWORD : 건축 / 사람 / 연결

건축가 시게루 반은 특권을 가진 소수를 위한 건축을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그에게 건축은 단순히 표현적인 조각이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의 이유는 사람과의 연결이다.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건축가 루이스 칸은 건축이 삶에 관여된 인간의 능동적인 욕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즉, 인간의 욕구라는 비물질성을 현실 차원 속에 실체화한 것이 건축이라는 것이다. 저서 <Louis Kahn : Essential Texts> 에서 그가 학교 건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나에게 건축이 왜 존재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그의 건축 이야기를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건축은 보여지는 형상보다 그 속의 사람이 우선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학교는 나무 밑에서 자신이 교사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본인의 깨달음을 몇몇 사람들(자신이 학생인지 모르는)에게  전해주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했다.사람들은 그들의 아이들도 이 남자의 이야기를 듣기를 원했다. 그러자 곧 공간이 만들어졌고 최초의 학교가 시작되었다. 학교의 설립은 사람들의 욕구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필연적인 것이었다.- Louis Kahn


다시. 시게루 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종이 칸막이 보호소,2011>가 나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 이미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러한 형태도 '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보여지는 것은 낡은 체육관 내부를 격자로 나눈 종이 기둥과 커튼 뿐이었기 때문이다. 허술한 보호소가 어떻게 좋은 건축인지를 고민하다가 (그리고 나는 이런 뻔한 형태는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배워왔다) - 문득 나의 시선이 줄곧 피상적인 형상만 좇아왔음을 깨달았다.


종이 칸막이 보호소, 시게루 반, 2011


재난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임시 시설에서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그들은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서 잠시라도 '휴식'하고 싶어한다. 타인에게 노출된 상황으로부터 개인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즉 '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시게루 반은 2011년 고베 대지진으로 체육관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집'을 제공해주었다. 공동 공간을 격자로 나눔으로써 최소한의 개인 공간을 보장해준 것이다.


체육관을 멋지고 아릅답게 짓는 것은 사람들을 치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한 격자지만, 사람과의 연결성을 담고있다면, 그 건축에는 사회를 치유하고 변화시킬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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