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림 Jan 06. 2022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2022년에는

<비행기와 펭귄>, Digital Painting, 30 x 20cm, 2022


항상 무엇을 시작할 때면 거창했다. 그림  장을 완성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다음 연작을 생각했고, 카테고리를 묶고, 전시가 끝난 후까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  자신은 한없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상상 속에 빠진  모습과  하나도  긋고 있는 나를 비교하면 지금 나는 한없이 볼품없고 아무것도 아닌 자꾸 초라한 내가 된다. 그러기를 반복하면 결국   상상 속에서만 멋진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된다. 무엇을 만들어 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제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흔적이 없다. 항상 시도는 하지만 결과는 없었다.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아이를 낳은 후로는 그 상상조차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오늘 무엇을 먹을까, 빨래할 때가 되었네, 오늘은 저쪽을 좀 정리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그냥 하루가 빛의 속도로 지나가 버린다. 마음 한 편에는 막연하게나마 작업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살지 않았던 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바빴던 일상이 조금 정리된 건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난 후였다. 처음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면서 나도 그 생활에 적응이 필요했다. 하원 시간까지 아이 없이 할 수 있는 인터넷 서핑, 요리, 청소, 빨래 이렇게 하다 보면 시간은 빠듯했다. 매일 저것을 다 하는 날은 없었다. 어떤 날은 요리만 어떤 날은 청소만 어떤 날은 빨래만을 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 등원 때 집안일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이가 있을 때 집안일을 하는 것보다 아이가 없을 때 집안일을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보니 아이 등원 때 주로 집안일을 하게 되었다. 아이 등원 후 집안일, 잠시 멍 때리기, 그리고 하원하면 정신없이 하루가 마무리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온전히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요즘은 아이가 어린이집 가있는 동안 되도록 집안일을 하지 않는다. 아이의 장난감과 옷들로 집안이 어지러워도 그냥 둔다. 때로는 설거지도 쌓아놓을 때도 있다. 아이가 없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나도  것을 하며 나의 미래를 살고자 한다. 시간이 많았던 과거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거창한 계획은 접어두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 중에 순위를 정하고 시간적으로 가능한 만큼 하나 혹은  개를 꺼내 '완성' 해보려 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상상  나는 이제 지우고,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볼품없다 해도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무엇이 될지 모른다 해도 그냥 그렇게 하나씩 완성해보자. 2022 목표는 '어찌 되었던 완성'이다. 어찌 되었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