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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Jan 07. 2022

1년간의 사진첩

아이와 함께한 2021년

<1년간의 사진첩>, Digital Painting, 35 x 27cm, 2022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매해 사진첩을 만들어 한 권으로 정리하였다. 우리 둘 다 사진 찍는 것(인물 중심 사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한 권이라고 해봤자 얇은 수첩 정도였다. 아이가 태어나고는 달라졌다. 과연 한 권의 앨범으로 담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사진의 양은 방대했다. 그 많은 사진들 속에는 우리 얼굴은 손꼽아 몇 장 있었고 모두 아이 사진이었다. 비슷한 포즈로 찍은 사진도 여러 장이어서 날 잡고 정리를 해야지 생각만 했었다. 돌이 지나면서 돌 기념 사진첩은 꼭 만들어야지 했기에, 날을 잡고 본격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한 이 주일은 걸렸던 것 같다. 이 사진은 너무 귀여워서 못 지우고, 저 사진은 더 귀여워서 못 지웠다. 결국 원본은 백업해 놓은 후, 겨우 겨우 사진을 추려 한 권의 앨범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보기 위해 만들었던 사진첩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사진첩은 총 3권을 제작하여 한 권은 집에, 다른 두 권은 양가 부모님께 드렸다. 아이는 집에서도 부모님 댁에 놀러 가서도 사진첩을 보며 이야기 듣는 걸 좋아했다. 어느 날은 부모님 댁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와 보니, 부모님 댁에 있던 사진첩이 가방에 있지 않은가. 아이는 한동안 부모님 댁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방에 하나씩 집어넣기도 했는데, 사진첩이 그중 하나였다. 부모님은 다시 그 사진첩을 가져가시려 하고, 아이는 안 된다며 서로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 그 사진첩에 있는 이야기가 지겨워질 때쯤 아이는 훌쩍 자랐다. 


아가 사진이라며 찾는 횟수가 줄어듬과 동시에 핸드폰으로 며칠 전에 했던 사진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핸드폰으로 사진만 같이 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하며 종종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했던 과거 사진을 보며, 엄마 아빠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였다. 그렇지만 영유아 검진에서 핸드폰 접근성이 가까워질 수 있다며 핸드폰으로 무엇을 보여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였다. 매달 사진첩을 만들 수는 없었고, 아이는 자신의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줄 수는 없고, 우리는 고민을 하였다. 고민 끝에 일단 낱장의 사진으로 인화해서 보여주기로 선택했다. 인화 어플은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선택만 하면 바로 배송을 해주었다. 너무 간편했다. 그렇지만 정리되지 않은 사진이다 보니 사진의 장수는 너무 방대하였고, 매일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아이가 낙서하기도, 구기기도, 사라지기도 하였다. 책처럼 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이도 이전 사진첩 보다 자주 보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귀여운 동물이 그려져 있는 사진첩을 선물 받았다. 덕분에 낱장으로 굴러다녔던 사진들은 정리되었고, 아이는 다시 매일 사진첩을 보며 이야기하게 되었다. 아이는 돌 전 사진첩에 있는 사진을 볼 때보다, 최근 사진들이 기억이 잘 나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보고 있다. 발음은 부정확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하기 시작하면서는 사진을 보고 그때 상황을 설명한다. 앨범에는 귀여운 동물이 그려져 있어, '돼지 보자', '어흥 보자' 하며 앨범을 꺼내온다. 아이가 좋아해 좋지만, 일 년치 사진을 다 넣고 보니 두꺼운 앨범 4권이다. 앞으로 매년 이렇게 쌓이면 감당이 될까 싶다. 그럼에도 아이가 원할 때면 사진을 인화해 줘야지 생각한다. 아직 뜯지 않은 앨범이 몇 권 더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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