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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Jan 12. 2022

양배추

사랑이 된 재료

<양배추>, Digital Painting, 35 x 27cm, 2022


임신 5개월, 배는 조금 불러오고 몸은 움직이기 조심스러울 때 변비가 생겼었다. 며칠 째 화장실을 가지 못한 난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변비에 좋다는 양배추를 사 왔다. 사놓고 보니 난감했다. 원래 요리하는 것을 별로 즐겨하지 않기도 했지만, 양배추는 그다지 좋아하는 재료가 아니었기에 이걸 어떻게 먹지 생각했다. 가끔 가는 한식당에서 찐 양배추에 된장이 함께 나온 것이 생각났다. 가장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겠다 싶어 양배추 몇 가닥을 찜통에 넣고 쪘다. 한입을 먹으니 너무 맛이 없었다. 물컹거리는 식감과 야채의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듯하여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변비는 더 싫었기에 약이다 생각하고 꾸역 먹었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먹고 변비에 탈출했고(정말 양배추 때문인가), 그 뒤 아이 이유식을 하기 전까지 우리 집 식탁에서 양배추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유아식을 시작하면서 요리 유튜브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어른만 있었을 땐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지만, 아이가 함께 하니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요리 유튜브를 보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양배추를 볶아 먹는 영상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잘 먹지 않지만 아이는 잘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양배추를 가끔 사다 놓았다. 아이 먹는 음식으로 만들고 나도 재료는 한가득 남았다. 이 남은 양배추는 떡볶이에 왕창 넣어 먹거나 엄마가 집에 오시면 드렸다. 이날은 남은 양배추가 있었고, 요리 방법을 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몇 재료(고추 등)만 빼면 아이랑 같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유튜브를 따라 저녁 반찬으로 양배추 볶음을 해 먹었다. 난 이날부터 양배추와 사랑에 빠졌다.  


그 뒤 뭐 먹을 게 없나 싶으면 양배추를 먹었다. 처음에는 나를 양배추의 세계로 빠지게 한 유투버가 알려 준 방식으로 볶아만 먹다가 다른 유투버의 양배추 요리도 찾아보았고, 그러다 양배추를 정말 사랑하는 유투버를 알게 되었다. 그분은 양배추 밥, 양배추 김밥, 양배추 토스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양배추를 먹었다. 심지어는 요리 방법도 정말 간단했다. 나처럼 요알못인 사람도 충분히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법이었다. 


<양배추 볶음과 계란, 딸기, 토마토>, Digital Painting, 35 x 27cm, 2022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면 아침은 아이와 간단히 먹고, 저녁은 남편과 아이 셋이 함께 먹는다. 점심만이 유일하게 나 혼자 먹는다. 조금은 요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최대한 간단하게 해 먹으려 하고, 같이 있을 때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오늘은 간단하게 먹는 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린 점심상이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잘 씻은 양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볶아 준다. 적당한 소금을 넣어 뒤적인 다음, 뚜껑을 덮어 살짝 익힌다. 그 위에 달걀을 깨서 살며시 얹히고, 뚜껑을 덮어 익혀주면 요리 끝이다. 말랑한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양배추에 묻혀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여기에 상큼한 딸기와 새콤한 토마토를 함께 번갈아 먹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점심 뚝딱이다. 내일 점심은 또 어떻게 해 먹을까.




양배추 요리의 정확한 레시피는 유튜브 '무니키친MoonyKitchen'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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