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카페는 어디로 사라지는가?

[친구의 과거 카페] 영원히 꺼지지 않는 간판.

by 기록가 레이

도심의 풍경은 너무나 빠르게 바뀐다. 즐겨 찾던 단골 식당이 하루아침에 휴대폰 대리점으로 바뀌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카페가 있던 자리엔 '임대 문의' 종이만 펄럭인다.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간판이 내려가고 집기가 빠져나간 텅 빈 공간을 마주할 때면, 그곳을 채우던 웃음소리와 커피 향은 도대체 어디로 증발해 버린 건지 허망해지곤 한다.


내 친구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었다. 그의 젊음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던 카페.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달고, 원두를 고르며 밤을 지새웠던 그곳.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결국 카페는 문을 닫았다. 폐업하던 날, 친구는 덤덤한 척했지만 나는 보았다. 텅 빈 벽을 쓸어내리던 그의 쓸쓸한 손길을.

나는 그 사라진 공간을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 공간을 나의 액자 속으로 옮겨와 '무기한 연장 영업'을 시켜주고 싶었다.


작업은 '부재(Absence)'를 그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렌티큘러의 왼쪽 시선에는 폐업 직후의 적막을 담았다. 덩그러니 남겨진 테이블, 의자가 치워진 휑한 바닥, 주인이 떠난 에스프레소 머신. 그것은 차가운 현실이자 상실의 기록이다.

하지만 관람객이 시선을 옮겨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순간, 마법처럼 시간이 역류한다. 텅 비었던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거리는 라떼가 놓이고, 적막하던 공간은 사람들의 온기 가득한 흔적이 보이게 된다.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이 액자 안에서만큼은.


렌티큘러는 단순한 시각적 유희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복원 장치'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그리워할 때, 머릿속에서는 '현재의 부재'와 '과거의 기억'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거기 이제 없잖아"라는 현실의 목소리와 "거기 참 좋았는데"라는 회상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에게, 그리고 사라진 공간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건물의 불은 꺼졌어도, 공간이 품었던 시간과 온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액자 속 친구의 카페는 성업 중이다. 당신이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봐 주기만 한다면, 이곳의 오픈을 알리는 CAFE 팻말은 영원히 뒤집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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