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은 마치 꿈처럼 이상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의 세상이었어요. 하늘은 파스텔로 은은하게 칠한 듯, 연보라와 살구빛이 섞여 부드럽게 빛났습니다. 발밑엔 작은 반짝임이 흐르는 초록 잎사귀들이 촘촘히 깔려 있었고, 멀리선 바람에 실린 웃음소리가 은근히 들려왔지요.
바닥엔 몽글몽글 형체를 알 수 없는 말풍선들이 뒹굴고 있었어요.
어떤 건 ‘고마워’라고 적혀 있었고,
어떤 건 ‘사랑해’라는 글씨가 하늘로 떠오르다 퐁 하고 터져 사라졌습니다.
하늘 위에는 형형색색의 말벌룬이 둥실 떠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반짝이는 단어들이 춤을 추고 있었지요.
그때, 유리의 앞에 통통하고 작은 햄스터가 나타났어요.
햄스터는 머리에 조그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유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어요.
“어서 오세요! 뻥이야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긴 다 진짜예요~ 정말이에요~ 믿어도 돼요~!”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햄스터는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더니
다람쥐바퀴를 타고 정신없이 돌기 시작했어요.
바퀴가 돌아갈 때마다 ‘하하하’ 하고 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응? 방금 분명히 뭐라고 했는데… 뭐였지?”
유리는 기억을 더듬었지만,
햄스터는 이미 쳇바퀴 속에서 바쁘게 달리고 있었어요.
그때, 옆에서 흙이 푸실푸실 일어나더니
땅 속에서 두더지가 얼굴을 쏙 내밀었어요.
그 눈빛은 묘하게 따뜻하고 진지했지요.
“여긴 말이에요. 겉만 번지르르한 말은
바람처럼 사라져서 누구도 기억하지 못해요.
진심 어린 말만 흙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씨앗이 되어 자라지요.”
두더지의 말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자,
유리는 가슴이 찡— 울렸습니다.
잠시 후, 눈앞의 흙에서 작은 싹이 올라왔어요.
새싹은 햇빛을 머금더니 금세 줄기를 뻗어 올리고,
가지가 나와 푸른 잎을 달았지요.
잎사귀 사이로 향긋한 꽃이 피어났습니다.
꽃잎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퍼졌고,
그 향기를 맡으니 오래전 마음속에 묻어둔 따뜻한 기억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 같았어요.
유리가 놀라서 “와…” 하고 숨을 고르는 사이,
동글동글한 작은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어요.
“유리님, 하나 따먹어 보세요.”
봄이요정이 살짝 웃으며 말했어요.
유리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작은 열매 하나를 따서 입에 넣었어요.
어머, 그런데… 솜사탕 맛이 났어요!
달콤하고, 말랑하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지요.
“나… 이제 예쁜 말만 할래.”
유리의 목소리가 조금 더 맑아진 것 같았어요.
봄이요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그 마음이 또 다른 열매가 되겠지요.”
유리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어요. “진심 어린 말 한 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에 예쁜 솜사탕 같은 열매가 열리게 해 주세요.” 바람이 살짝 불어와 열매 나무 가지를 흔들었고, 그 사이로 작은 말풍선 하나가 하늘로 떠올랐습니다. 그 안에는 ‘고마워’라는 말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