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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동화 속 여행
02화
어둠에서 빛으로
by
박유리
Aug 21. 2025
조용한 회복의 동화
요정 봄이의 손을 잡자, 빛나는 문이 열렸어요.
문은 연두색 빛으로 감싸여 있었고,
문 너머에는 회색빛 풀밭과 조용한 강아지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지요.
봄이는 공중에 살짝 떠서 유리에게 속삭였어요.
“가보세요. 유리님이 필요해요.”
문을 넘자,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어요.
강아지들은 기운 없이 누워 있었고,
하늘도, 나무도, 풀도 모두 색을 잃고 있었지요.
유리는 천천히 걸었어요.
그 곁을 봄이 요정이 나비처럼 날며 따라오고 있었어요.
어느 강아지는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고,
어떤 강아지는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요.
유리는 연못가에 혼자 앉아 있는 한 마리 강아지를 발견했어요.
그 아이는 눈을 떴지만, 움직이지 않았어요.
기다리는 듯한 눈빛,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지요.
유리는 그 곁에 살며시 앉았어요.
봄이는 회색빛 강아지의 머리 위에 잠시 앉았다가 금세 다시 날아올랐어요.
그때, 연못 건너에서 한 마리 할머니 강아지가 다가왔어요.
등이 굽었고, 눈빛은 깊었지만 따뜻했어요.
“정말… 정말로 와 주셨구나.”
봄이는 조용히 공중에서 맴돌다, 유리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어요.
“이 아이는 오랫동안 유리님을 기다려왔어요.”
그 순간, 연못 위로 연두빛 빛이 비치기 시작했어요.
빛은 점점 퍼져나가며 회색빛을 조금씩 지워갔어요.
풀잎에 생기가 돌고, 하늘엔 분홍빛이 돌기 시작했지요.
강아지들이 한 마리씩 몸을 일으켰고,
바람은 더이상 무겁지 않았어요.
작은 유리가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강아지 나라가 오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강아지들이 유리를 향해 다가오며 조용히 꼬리를 흔들었어요.
회색빛이 사라진 나라엔 웃음이 돌아오기 시작했지요.
할머니 강아지는 유리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이곳을 따뜻하게 만든 건, 당신의 마음이에요.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어요.”
봄이는 조용히 유리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예요.”
연못 위로 다시 문이 열렸고,
무지개빛 다리가 놓였어요.
그 문 너머로는 부드러운 새벽의 빛이 번지고 있었지요.
유리는 마지막으로 연못 옆의 강아지를 바라보았어요.
그 강아지는 조용히 유리를 바라보며
살짝 꼬리를 흔들었어요.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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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동화 속 여행
01
예쁜 말 열매
02
어둠에서 빛으로
03
숲 요정들과 놀아요
04
노란 껍질 안에 담긴 웃음
05
별빛아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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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속에서 피어나는 은혜> 출간작가
디자인과 유아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남편을 돌보며 식물과 글을 가꾸고, 에세이와 동화로 작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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