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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요정들과 놀아요

by 박유리



조용한 회복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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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는 이른 아침부터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이슬 맺힌 풀잎은 햇살에 반짝였고,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도토리를 굴리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숲 가장자리에서 작은 유리가 나타났습니다.

유리는 숲의 소리에 살짝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속삭였어요.


“나는요, 이름이 유리라고 해요. 오늘 갑자기 이 숲이 그리워서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곳에 와 있을까? 알려주세요. 숲 속의 요정님들~ 나랑 같이 있어 주세요~”


그 순간, 바람 사이로 은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풀잎이 사르르 흔들리더니, 반짝이는 빛 조각들이 모여들었어요.

빛 속에서 아주 작은 요정들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유리야, 네가 우리 이름을 불렀구나.”

요정들이 한목소리로 속삭이며 유리 곁을 빙 둘러섰습니다.

“이 숲은 네 마음이 그리움을 품을 때마다 열리는 곳이란다.

네가 잊지 않고 불러주었기에 우리가 다시 나타날 수 있었어.”


작은 유리는 살짝 고백했어요.

“사실 나는 숲이 좋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해요.

그래서 함께 있어줄 친구가 필요해요.”


요정들이 서로 눈을 마주보며 빙긋 웃었습니다.

초록빛 날개를 가진 요정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유리야, 우리가 바로 네 친구야.

숲이 무서울 때는 우리가 손을 잡아줄게.

그리고 용기가 필요할 때는, 숲속 노래를 너에게 불러줄 거야.”


작은요정이 유리의 손바닥 위에 살짝 앉자,

유리의 마음 안에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고,

새싹이 돋아나는 듯 따뜻한 용기가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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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어요.

“우와, 기분이 좋아졌어요. 무서움도 사라졌어요.

요정님들, 나 저기 샘물이 마시고 싶어요. 같이 가 주세요~”


요정들이 날개를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유리야. 저 샘물은 숲에서 가장 맑고 달콤한 물이란다.

우리가 너와 함께 가 줄게.”


요정들이 앞장서자 풀잎마다 이슬이 반짝이며 길을 밝혔습니다.

새들이 지저귀며 길손을 맞이했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품에 안고 쪼르르 달려와 유리의 곁을 따랐습니다.


숲 한가운데,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작은 샘물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고, 졸졸 흐르는 소리는 숲의 자장가 같았습니다.


유리가 두 손을 모아 샘물을 마시자,

맑고 시원한 물이 온몸에 스며들며 마음까지 더 가벼워졌습니다.

“아, 맛있어. 고마워요, 요정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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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눈을 크게 떴습니다.

“샘물 곁에는 예쁜 꽃들도 참 많이 있네요.

저는 꽃을 참 좋아해요. 같이 꽃구경도 가요.”


요정들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 우리와 함께 꽃길을 걸어 보자.”


유리와 요정들이 꽃길을 걷자,

노란 민들레가 바람에 씨앗을 날리며 인사했고,

분홍빛 진달래가 유리의 발걸음에 맞추어 흔들렸습니다.

하얀 구절초들이 은은한 향기를 내며 길가에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유리가 향기를 맡으며 속삭였습니다.

“와… 이렇게 많은 꽃들이 저를 기다려 준 걸까요?

정말 꿈속 같아요.”


요정 하나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유리야, 꽃들은 늘 이곳에 있었단다.

하지만 네가 마음을 열었을 때, 비로소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거야.”


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요정님, 제 기억 속에는 아주 아름다운 것이 많아요.

다음에 와서 제 얘기도 해 줄까요?”


요정들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 유리야.

네 기억 속에 담긴 기쁨과 웃음, 때로는 눈물까지도

이곳의 꽃과 나무들이 고이 품어 줄 거야.”


바람이 불어 꽃잎들이 흩날리며, 숲 전체가 유리의 말을 환영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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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유리가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습니다.

“저기에 제 기억 속에 있는 작은 산 복숭아가 있어요!

따 먹어도 될까요? 저기 머루도 있어요. 아이, 좋아라~

내 기억 속에는 먹을 것도 많네요.

이러니 제가 숲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거예요.”


유리의 손에 닿은 산 복숭아가 가지를 살짝 숙였습니다.

유리가 조심스레 말했어요.

“복숭아는 털 때문에 닦아서 먹어야 해요.

안 그러면 입 속이 이상해지거든요.”


그러자 요정이 작은 잎사귀로 복숭아를 정성스레 닦아 주었습니다.

햇살에 닦인 복숭아는 더 반짝이며 달콤한 향기를 풍겼습니다.


유리가 한 입 베어 물자, 여름 햇살 같은 따뜻함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머루 알맹이는 톡 하고 터지며 작은 보석처럼 빛나는 맛을 남겼습니다.


“우와~ 이제야 정말 맛있어요!”

유리의 웃음소리가 숲속에 퍼져 나갔습니다.


요정들이 빙 둘러서서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유리야, 네 기억 속 기쁨들이 이 숲에서 이렇게 열매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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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유리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저는 숲을 좋아해요.

여기 오면 언제나 제가 사랑한 것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거든요.”



글: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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