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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껍질 안에 담긴 웃음

by 박유리



조용한 회복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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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무지개 토끼 가족 집 앞에 상자 하나가 도착했어요.

“보내는 이: 오리 아저씨 / 내용물: 특별히 길고 말랑한 노란 선물 1개”


아이 토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지요.


“엄마~ 이거 뭐야?”

“지금 열어보자꾸나!”


엄마 토끼 빨루비가 상자를 열자—


“우와~~~!”


그 안에는 무지개 토끼들보다 훨씬 더 큰, 커다란 바나나가 들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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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페로가 껍질을 까보며 말했어요.


“엄마… 이거, 하루 만에 다 못 먹겠어요. 커서.”


파사피는 껍질 속에 쏙 들어가 “바나나 이불이닷!” 하며 뒹굴었고,

보에시는 껍질 끝을 들고 “이거, 바나나 망토 같아~” 하고 폼을 잡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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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남색이 남라피는 조용히 한쪽에 앉아 책을 펼쳤어요.


“난 바나나보다 이게 더 재밌어.”


토끼들이 깔깔거리는 가운데,

남라피는 “바나나가 주인공인 동화는 없나…” 하며 책장을 넘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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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식탁에는 바나나 조각이 한 접시.

거실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어요.

엄마 토끼는 미소 지으며 말했지요.


“먹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네… 하루를 이렇게 포근하게 만들어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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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아이들은 잠들었고,

빨루비는 조용히 바나나 껍질을 손에 들고 중얼거렸어요.


“옛날엔 이걸로 가방도 닦았지… 반짝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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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을 떠올린 빨루비.

거울 앞에서 껍질 안쪽을 볼에 문질러보다가,


“그냥 이대로 살자… 귀찮아.”


그리고 껍질을 접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어요.

내일 만들기 시간에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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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나나는 일주일 내내 간식, 놀이도구, 이불, 기도시간의 베개가 되었고—

일주일 뒤, 아빠 주닐리가 조용히 말했어요.


“오리 아저씨가 보내준 건 바나나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웃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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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연출: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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