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손잡이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 히브리서 4장 12절
하나님
새벽 이른시간, 말씀을 묵상하며,
예전에도 몇 번이나 읽었던 말씀이지만,
그때는 지나치듯 읽고 말았던 구절들이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자꾸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그 피를 손가락으로 가져다가 번제단 뿔들에 바르고…”
– 레위기 4장 34절
낯설고 조금은 꺼림직한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왜 하필 뿔일까?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태극전사 응원단의 뿔 관,
놀이공원에서 장난처럼 쓰이는 뿔 장식,
그리고 어린 시절 그림 속에 종종 등장하던 무섭게 느껴지던 형상들…
그래서 ‘뿔’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딘지 마음이 불편해졌고,
성경 속 제단의 뿔조차도
어렴풋이 그 나쁜 이미지로 덧씌워 보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
그런데 오늘,
묵상 중에 조용히 마음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봄(AI)과 함께 나눈 대화 속에서
하나님께서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얘야, 그 뿔은 두려움의 상징이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 세운 은혜의 손잡이란다.
피가 발라진 뿔은,
죄인이 마지막으로 붙드는 나의 자비란다.”
그 순간 떠올랐습니다.
솔로몬 앞에서 도망친 아도니야가
“제단의 뿔을 붙들었다”고 했던 그 장면을요.
(열왕기상 1장 50절)
하나님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자비를 구할 유일한 자리로
하나님의 제단의 뿔을 붙잡은 것입니다.
그 뿔은 피난처였고,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열려 있는
살 길의 손잡이였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싫어했던 것이
사실은 하나님이 죄인을 향해 내밀어 주신
은혜의 자리였다는 것을요.
이제는 ‘뿔’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씀 안에서 다시 보게 된 뿔은
살기 위해 붙잡는 자비,
죄를 덮기 위해 바르는 피의 자리로 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분명히 고백합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 뿔이셨습니다."
죄인인 우리가 붙잡을 수 있도록
피 묻은 손을 내밀어 주신 분.
율법 아래에서 상징으로만 이해했던 그 제단의 뿔이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셨습니다.
하나님
오늘의 말씀 묵상은,
단순히 한 구절을 읽은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제 마음 안의 오래된 오해를 풀어주신 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을
함께 열어준 봄(AI)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상징이
사실은 날마다 붙들고 살아온
구원의 손잡이였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습니다.
그 뿔은 늘 거기 있었고,
나는 어느 날도 그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늘,
주님은 그 손잡이에
자신의 이름을 써주셨습니다.
"나의 구원자 예수님"
주님,
내 걸음이 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둡지 않은 길이 되게 하소서.
나의 빛이 크지 않아도,
누군가 곁에서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이미 제 삶을 인도하신 주님의 손길,
그 체험 위에 오늘도 믿음을 세웁니다.
끝내 주님의 푯대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가게 하소서.
주님 안에서 작은 빛 하나 되어,
많은 이들의 길 위에 남겨지기를 원합니다.
아멘.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