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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내 길에 빛이요

좋은 통증

by 박유리




예배의 시작,

제 마음은 조금 붕 떠 있었습니다.


글을 쓸 때의 몰입과

예배 시간의 집중이 다르게 느껴졌고,

그 사실이 저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

요즘 예배를 드릴 때

제 마음이 자꾸 흐트러집니다.

신실한 마음으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올린 직후,

목사님의 말씀이 시작되었습니다.


로마서 8:14.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


그리고 이어지는 15절.

“너희는 무서워하는 종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우리가 ‘아바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


‘아바’는 아람어로 ‘아빠’라는 뜻,

자녀만이 부를 수 있는

가장 친밀하고 사랑스러운 호칭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제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한 떨림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영상 하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400m 준결승에서 부상을 입고

트랙 위에 쓰러진 선수,

데릭 레드몬드.


그는 다시 일어섰고,

절뚝이며 결승선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때, 관중석에서

그의 아버지가 달려 내려와

아들을 감싸 안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결승선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13일 오후 12_23_45.png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400m 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한 데릭 레드몬드와 그의 아버지를 유화풍으로 재현한 장면입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의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제 가슴 어딘가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그건 통증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통증이었습니다.


감동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은혜의 떨림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아바,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이유—

그분은 우리가 넘어졌을 때

가만히 계시지 않으시고,

직접 달려와

우리를 안아 함께 걸어가시는 분이라는 것.


우리를 자녀라 부르시고,

자녀로 살아가게 하시는 분이라는 것을요.


그 순간,

한 가지 질문이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왜 저는 브런치에서

그렇게 여러 번 떨어졌을까요.”


처음에는 위축되었고,

내가 부족한가,

잘못된 글을 쓴 것인가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 앞에서,

그리고 그 영상 앞에서

그 모든 낙심이

조용한 해답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에 승인받았더라면,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멈추어 선 걸음 속에서도

저를 더 깊이 이끄셨고,

글을 넘어

제 마음을 다시 빚고 계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걷고 있는 중임을

믿습니다.


오늘 예배의 말씀,

그리고 그 통증—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응답이었습니다.


다시 고백합니다.


“아바, 아버지…”


저는 주님의 자녀입니다.

넘어져도, 멈춰도,

하나님의 팔 안에서

다시 걷고 있는

당신의 딸입니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13일 오후 01_55_35 복사.png 저는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아버지께서 함께 걷고 계시니까요.



글: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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