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사랑하는 마이 홈, 그러나 사막 같은

가족의 회복이 시작된 그곳에서

by 산여울 박유리




조금 큰돈이다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모처럼 숨을 고른 한 달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러셨습니다. “오래 갈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말라.” 하지만 제 마음은 바빴습니다. 힘이 들어도 내가 조금 더 힘을 내면 남편이 더 좋아질 것 같았으니까요.

한 달의 쉼을 뒤로하고 주 3회 외래 진료를 받기로 하고 퇴원했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식사를 같이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집에 간다는 기쁨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이 낯설었습니다. 8월이라 날씨도 엄청 덥고, 그 탓일까요.

집은 뜨거운 사막 같았습니다. 안방은 그동안 환기가 제대로 안 된 탓일까요.


한쪽 벽에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벽지를 벗겨내니 겹겹이 붙은 벽지가 떨어져 나왔습니다. 40년이나 된 집이니 얼마나 많은 벽지가 덧붙여졌을까 싶었습니다. 물걸레로 몇 번을 닦아내고, 락스를 분무기로 뿌리고, 며칠을 말렸습니다. 다행히 그 무렵 방습벽지가 나오던 때라 한 벽을 다 붙였습니다.


하는 김에 거실과 아들 방도 방습벽지로 새로 도배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집이 더 싫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냥 견디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견디며 살던 중, 또 하나의 아픔이 닥쳤습니다.


몇 달 후, 대학병원 검진일이었는데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다녀야 할 강아지가 조용했습니다.


마당을 내려가 보니 온 마당이 엉망이었습니다. 애기장 앞에 구멍을 파서 집을 만들어 주었는데, “보솜아!” 하고 불러도 기척이 없었습니다.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안쪽도 엉망이었습니다. 휑한 눈을 끔뻑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저는 바쁘게 서둘렀습니다.


겨울 스웨터 하나를 작은 서랍장에 펼쳐 놓고, 아들과 함께 보솜이를 서랍 속에 담아 차 뒷자리에 실었습니다. 남편도 부랴부랴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강아지는 다니던 동물병원에 맡기고, 아들이 곁에 있게 했습니다. 저는 대학병원 예약 시간에 맞춰 가야 했기에 아들과 전화로 연락만 주고받았습니다.


“밤새 독이 든 고기를 먹은 것 같습니다. 간이 이미 녹아내려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듭니다.”


짐작컨대, 주인 없는 집을 지키느라 제법 시끄러웠던 탓이었을 겁니다. 이웃 누군가가 독이 든 고기를 담 너머로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집에 와서 겨우 1년 만에 그렇게 떠나고 말았습니다.


골든 리트리버 믹스견,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털이 보송보송하다고 아들이 ‘보솜’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유리 그림.png 오래 전 그림들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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