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시간 속에 배우는 감사와 평안
쉰다는 것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요즘 들어 유리는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지만,
이제는 서두르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일어나기 전, 잠시 눈을 감고 속삭입니다.
“주님, 오늘도 제게 하루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느려진 아침, 깊어진 감사
예전에는 새벽마다 일어나 묵상으로 하루를 열었지만
요즘은 조금 늦게 눈을 뜹니다.
몸이 무겁고, 남편을 챙기느라 아침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하루를 서두르지 않아도
하나님은 여전히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침의 첫 물 한 잔,
혈압약과 함께 마시는 250ml의 물,
식사 후 커피 향기—
베란다의 초록빛 식물들을 바라보며 숨을 고릅니다.
오늘은 흐린 날이라 물 대신 식물등을 켭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곳에만 빛을 비춥니다.
그 빛 속에서 작은 잎들이 고개를 듭니다.
2) 한 숟갈의 시간
요즘 유리는 식사도 천천히 합니다.
한 숟갈 먹고는 잠시 멈춥니다.
커피를 내리거나, 바람을 쐬거나, 책장을 덮습니다.
예전에는 바쁘게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했지만
이제는 압니다.
잠시 멈춰야 들리는 마음의 소리,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잠시 쉬어도 괜찮아.”
하나님이 제 마음에 건네신 말씀이
오늘의 위로가 됩니다.
3) 멈춤 속에서 자라는 은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어 온 시간 속에서
하나님은 여러 번 저를 멈추게 하셨습니다.
처음엔 그 시간이 답답했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때야말로 하나님이 제 마음을 새롭게 빚으신 시간이었습니다.
꽃이 피기 전엔 반드시 멈춤이 필요하듯,
삶도 쉼 속에서 자라납니다.
베란다 창가의 잎사귀 하나에도
그분의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그 빛이 내 하루를 덮어 주듯,
쉼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4) 다시 걸어갈 날을 기다리며
하루의 끝,
유리는 베란다에 앉아 저녁 하늘을 바라봅니다.
바람이 식물 잎을 흔들며
은은한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집니다.
그 순간 유리는 속삭입니다.
“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평안함 속에 주의 은혜가 있습니다.”
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닙니다.
오늘의 쉼이 내일의 여정이 되고,
그 여정 속에서 또 하나의 은혜가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