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아시는 분
“너는 기도할 때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 마태복음 6장 6절
소리 내어 기도하지 못한 날이 있었습니다. 말 없이 조용히 누워 있던 그 시간조차
주님은 저의 속마음을 보고 계셨습니다.
은밀한 중에 계시는 주님은 가장 깊은 곳에서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의 침묵은 외면이 아니었고, 그분의 고요함은 곁에 계심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하루, 말없이 드린 기도와 고요히 받은 위로의 기록입니다.
사랑하는 주님,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습니다. 오랜 통증으로 인해 빠져버린 근육들이
저를 자꾸 눕히고 가벼운 움직임조차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누운 채로 조용히 발끝을 움직이고 숨을 고르며 작은 기도를 올렸습니다.
“주님, 저 여기 있어요. 조용히 숨 쉬며, 주님을 기다립니다.”
말은 하지 않아도 제 속의 생각과 마음을 다 아시는 주님이시기에
저는 오늘도 담담히 주님을 향해 눈을 듭니다.
세상은 저를 몰라줄지라도 주님은 내 속 깊은 중심을
가장 정확히, 가장 따뜻하게 아시는 분이십니다.
주님,
사람은 겉을 보고, 세상은 소리를 좇지만
당신은 은밀한 중에 계셔 고요한 내 영혼에 다가오십니다.
눈물로 드리는 기도의 시간, 누구도 모르게 다친 마음을
주님은 말없이 어루만지시지요.
빛도 소리도 없이— 그러나 가장 깊이,
가장 조용히, 가장 따뜻하게.
저는 오늘도 믿습니다.
감춰진 그 은혜가 제 삶을 살리고 있음을.
내가 말하지 못한 날에도 주님은 제 기도를 들으셨고,
속으로 삼킨 한숨에도 주님은 눈길을 주셨습니다.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주님 앞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이미 들으시고,
지금도 응답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 작은 움직임 속에서도 다시 주님을 의지합니다.
들어주시고 받아주시니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됩니다.
한 곡의 찬양을 틀었습니다.
그 소리 속에서 주님은 말씀 없이 말씀하셨고,
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다시 살아날 힘이 솟아났습니다.
떨림 없는 아침— 그건 회복의 징조이자 희망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흙길 위에 앉은 작은 나비 한 마리처럼,
햇살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쉬어 보았습니다.
바람도 멈춘 그 순간,
날갯짓 없이 햇빛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그 모습이 오늘의 제 기도 같았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자리에 머물 줄 아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 나비처럼 저도 오늘은 잠시 멈춰 서서 햇빛샤워를 해봅니다.
주님,
은밀한 중에도 제 기도를 들으시고,
지금도 제 삶에 일하고 계심에 감사합니다.
아멘.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