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 나의 마음
햇살이 베란다 창을 부드럽게 스쳤다.
유리는 오늘도 베란다 정원으로 나왔다.
작은 화분들, 초록빛 잎사귀들, 그리고 만데빌라 한 송이.
꽃은 여름볕을 받으며 조용히 피어 있었다.
물뿌리개를 들고 천천히 식물들에게 물을 주었다.
화분 하나하나를 만지며 속으로 말했다.
“오늘도 잘 있었구나. 너희 덕분에… 나도 오늘을 살아낸다.”
만데빌라의 꽃말은 '지지 않는 사랑'이었다.
햇빛을 좋아하는 그 꽃처럼,
유리는 그 온기를 오래도록 품고 싶었다.
조용한 베란다는 유리에게 작은 쉼터이자,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이는 기도의 자리였다.
오후가 되어, 갑자기 빗소리가 들렸다.
유리는 창가 책상에 앉아 조용히 노트를 펼쳤다.
비 내리는 날이면 마음도 어느새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런 날에는 유리의 마음이 언제나
아련한 추억의 그림 속으로 스며든다.
유리의 시골 고향집에는 꽃이 참 많았다.
엄마가 꽃을 좋아하셔서,
아마 아버지도 어느새 함께 좋아하셨나 싶기도 하다.
봄에는 아버지의 손길로 심은 수선화와 봄꽃들이 가득했고,
여름에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장미로 가득했다.
가을에는 들녘과 산기슭에 들꽃으로 채워졌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들이 유리를 유혹하곤 했지.
겨울에는 얼까 봐 신문지와 두꺼운 비료 포대로 꽁꽁 싸매어
사랑방 구석에 보관했던 선인장이 기억난다.
그렇게 꽃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유리의 삶에는 꽃이 빠질 수가 없다.
이사 때는 꽃들 때문에 아저씨들이
엄청 귀찮아하기도 했었지.
다시 베란다로 나와, 만데빌라를 바라봤다.
햇빛은 사라졌지만, 꽃은 여전히 그 자리에 조용히 피어 있었다.
“이 조용한 정원에서 자라는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이름 없는 위로로 피어나기를…”
유리는 속으로 그렇게 기도했다.
오늘 내가 쓴 이 조용한 글 한 편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 안에 은은히 피어날 수 있기를.
그것이, 나의 취향이고, 나의 마음이다.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