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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Apr 30. 2019

3. 강사의 배경은 중요한가요?

강연의 전달력 측면을 넘어서

오늘은 질문을 먼저 던져보려 한다.

강연에 나오는 강사의 배경은 중요할까?

강사가 어떠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가

강연의 성공도를 결정하는 요인일까?


논의의 범위를 좀 더 명확하게 설정하자면

여기서 강연은  대학 수업 같은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수업이 아닌,

일회성으로 실시되는 특강을 의미한다.


강사의 배경은 강사의 신뢰도를 결정한다.

많은 강사들이 강연 첫 부분에 소개를 하는 이유는 처음 만난 청중에게 자신의 전문성과 자격을 소개하여 신뢰를 얻는 데에 주목적이 있다.

강연 첫 부분의 소개는 청중과의 소통 시간이자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신뢰를 얻는 이유는 청중들이 강연자의 말을 경청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연은 전달력 측면도 중요하지만

어찌 됐건 강연은 내용이 좋으면 된 것이 아닌가?

독특하고 흥미를 끄는 강연 내용은

청중들을 자연스레 끌어들일 수 있다.

아무리 전문적이고 센스 있는 강연자라도

내용 없이 강연 시간을 보내기만 한다면

강연 이후 청중들에게 남는 것은 없다.

강연의 목적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강연자의 배경은 전달력 측면에서는 효과 있을 수 있으나 결국 부차적인 요소가 아닐까?


그동안은 이렇게 고민해왔다.

며칠 전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강연자의 배경은 강연 전체를 지배한다


며칠 전 강연에 오신 강연자 분은 내 이목을 끌었다.

나와 아주 조금 관련이 있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하지만 그분의 배경을 듣고 나니 확 달라졌다.

미투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는 강력하게 부인하여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단순 루머에 불과했을 수 있다.


그러나 강연 내내 계속 아른거렸다.

아무리 강연자가 능숙하게 강연을 진행해도

강연자의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전부 거슬렸다.

부정적 배경이 깔린 상태에서

조금의 행동도 안 좋게 해석하게 되었다.


'~거야', '~하라구'같은 반말의 친숙한 말투도

청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아니라

거만하고 명령조인 말투로 들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경은 강연자를 바라보는 시각

이곳저곳에 영향을 미친다.


객관적으로 강연은 나쁘지 않았고

많은 이들은 강연에 만족하고 즐거워했다.

배경을 인지한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최악이었다.

강연자의 배경은 그렇게 강연 전체를 지배했다.

전달력 차원에서 멈춘 부차적 요소가 아니었다.

강연자의 배경은 강연의 내용까지도 먹어삼켰다.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강연자


논란이 있는 강연자를 향한 신뢰는 깨진다.

강연에서 강연자가 하는 말과

강연자 배경에 있는 행동이 모순된다면

강연자의 강의는 웃음거리이자 조롱거리가 된다.


미투 의혹이 있던 강연자가

남들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마


라고 한다면 어떻게 보일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가라는 말로 들릴까?


미투 의혹이건 뭐건 나는 무시하겠다


로 들리기 십상이다.

부정적인 배경의 힘은 이토록 크다.



강사의 배경적 요소, 무시할 수준 아니야


강연에서 다른 요소들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건 아니다. 강의의 내용, 강연자의 화술, 청중과의 소통 능력, 교육보조도구의 활용 등

수많은 요소들이 강연의 성공 정도를 결정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사의 배경적 요소가

다른 요소들과 같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이다.

강연자의 신뢰도를 결정하고

의도에 맞게 강연 내용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강연자의 배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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