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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Oct 09. 2019

책 속에 사람이 있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고

사람 머리가 개구리로 되어있다. 어쩐지 차렷 자세로 앉아있는 몸뚱이도 섬뜩하다.



서론 : 오늘의 추리소설


한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이번 책은 개인적으로 내게 큰 의미를 지닌 책입니다.

한창 좋아했던 추리소설을 덮은 지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펼친 추리소설입니다.

추리 소설답게 섬뜩한 표지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제목 속 개구리 남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범인이 개구리를 닮기라도 한 것일지, 아니면 개구리가 하나의 상징으로 쓰이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추리소설을 읽을 땐 항상 기본적으로 범인이 누굴지 추리하게 됩니다.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생각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그 추리소설은 김 빠진 콜라가 됩니다.

'역시 내 추리가 맞았네'는 '식상하고 읽을 필요 없는 이야기네'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독자가 절대 범인이나 반전을 눈치챌 수 없도록 단서를 꽁꽁 숨겨둔다면 그것도 역효과를 냅니다.

황당하거나 엉성한 논리, 혹은 독자가 절대 알 수 없는 추리 상황은 독자로부터 분노만을 이끌어냅니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추리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독자가 눈치챌 수 없는 신선한 반전!


이러한 요건을 갖춘 훌륭한 추리소설은 찾기 힘듭니다.

이번에 가져온 이 책은 제 기준에선 열거한 훌륭한 추리소설의 기준을 만족했답니다.



음.. 음.. 추리소설은 이래야지.



무의식적 거리라는 방어기제


언제나 사건의 피해자와 자신 사이에는 확고한 칸막이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기호화된 순간, 그 벽은 허물어진다. - <3. 해부하다> 중 발췌

우리 몸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아픔을 느끼는 이유도

몸의 손상을 즉시 인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은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죠.

방어기제는 우리를 견딜 수 없는 일부터 보호해줍니다.

예를 들면 필연적으로 사람은 죽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방어기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게 만듭니다.

죽음과의 심리적 거리를 벌리고

죽음과 관련된 고민을 중지시킵니다.


강력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이나 뉴스 속에서 강력범죄 사례가 매일같이 보도되지만

우리가 강력범죄의 위험성에 벌벌 떨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방어기제 덕택이죠.

책 속에서는 사람들의 방어기제를 완전히 깨부숩니다.

무차별적 범죄, 이유 없는 범죄의 양상을 띤 연쇄살인은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피해자로 설정합니다.

더 이상 남일이 아니라는 의식은

방어기제가 제공하던 환상에서 사람들을 깨웠습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이 두 가지(자기변호와 복수심)를 자신의 행동 원리로 삼는 것이 왜 나쁜가? - <3. 해부하다> 중 발췌

소설 속 연쇄살인은

사이코패스의 이유 없는 살인을 가장한 복수극입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아주 치밀하게 짜인 계획범죄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라는 교훈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생각해봅시다.

복수심에 불탄 행동은 행동 원리로써의 가치가 있을까요?

복수도 일종의 감정이자 개인의 욕망입니다.

그러한 행동 원리에 따르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복수를 과격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내부 방어기제의 작동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화를 적절한 방법으로 제어하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수라는 행동 원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좋아할 수 있듯, 싫어할 수 있습니다.

수심을 갖게 된 상대라면 내게 피해를 끼친 대상입니다.

그 대상에게 피해를 입히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다만 복수심에 따른 행동은 적정선을 유지해야 합니다.

법과 제도의 굴레에서 약속된 규칙을 준수한 가운데

개인이 할 수 있는 복수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복수에 따른 행동양식이 좋은지는 알 수 없으나,

복수라는 행동 원리는 가치와 당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규칙을 벗어난 복수는 과격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복수심을 갖게 한 행동과 유사하기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에게 복수심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하는 옛말이 틀린 게 없나 봅니다.


마무리 : 추리소설이 보여주는 인간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속편도 이미 발행되었습니다.

그만큼 큰 인기를 구사했던 추리소설입니다.

속편도 읽었으나,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이 더 좋았습니다.

이번 추리소설에서는 현실적이고 노골적인

개인의 심리학적 양태를  수 있었습니다.

인간 내면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는 점은

추리소설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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