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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Apr 10. 2020

스키장이 선사하는 사랑의 소용돌이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겔렌데 마법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겔렌데에서 만나면 이성이 실제보다 몇십 퍼센트쯤 더 멋있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고글로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다든가 스키복으로 몸매를 가릴 수 있다든가 스키나 스노보드의 실력을 보고 눈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 P167 발췌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많이 읽으려고도 하지만

작가 이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기에

책 이름은 알아도 저자 이름은 모르기 일쑤다.

그런 나도 뭔가 익숙한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의 거장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저자란과

'연애의 행방'이라는 달달한 이름 사이 괴리감은

이 책의 매력이었다.

오히려 책의 내용을 의심하게 될 정도였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낭만의 스키장, 겔렌데

겔렌데라는 단어의 의미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스키 코스에 자리 잡은 스키장이다.

스키장의 뜻이라고 문맥상 유추할 수 있었지만

겔렌데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낯설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스키장이 드물기 때문에

이 단어를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단어의 사용은 몰입감을 확 낮췄다.

차라리 스키장으로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여자의 마음 뿐만 아니라 남자의 마음도 갈대처럼 흔들린다.

연애의 행방이라는 제목답게

등장인물들의 마음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쉽게 이어지는 커플이라곤 없다.

끊임없는 위기와 실패가 반복되며

아슬아슬한 연애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 소설의 백미는 등장인물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진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묘사로만 등장인물들을 풀어나갔다면

이렇게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술술 책을 읽어나가면서

묘사하는 부분들은 있어도 거의 지나치기 마련이다.

이야기 속 배경과 상황,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대사, 말투 등을 통해

성격과 외형을 표현한다.

인물들을 진하게 녹여내어

독자의 상상 속에서 살아있게 만든다.

독자가 지닌 선입견을 완전히 이용한 훌륭한 묘사였다.

빙글빙글... 사랑의 소용돌이 속 모두가 같아보인다.

더 재미있는 건 지금부터다.

인물 개개인이 물씬 녹아든 상태에서

여러 인물들이 소용돌이처럼 섞인다.

모두가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위해 노력하기에

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부 동일하게 보인다.

인물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이미지를 하는 이 소설은 핵심을 찌른다.

이렇게 이 책을 단순한 연애소설 이상의 가치로 이끈다.


달달하기만 한 연애소설이 질렸다면,

복잡한 연애 감정을 이 책을 통해 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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