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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Jan 03. 2021

도노 하루카, <파국>

이기적인 욕망의 말로.

제목처럼 소설은 '파국'과도 같다.

한 명의 남자, 두 명의 여자.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는 표현조차 과할 정도로

남자는 욕망에 저항하지 않는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그런 느낌.


다른 여자와 바람나서 여자 친구를 떠나놓고는,

헤어진 여자 친구가 집에 찾아오자

문을 열고 하룻밤을 같이 한다.


자신이 현재 만나고 있는 이성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원하는 것을 취할 뿐.

연인에 대한 배려, 책임감이 결여된 주인공은

시종일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의 마지막 공연을 억지로 보러 오면서도

친구가 느낄 복합적인 감정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독한 소시오패스일지도 모를 지경이다.


문제는 여자 친구도 쉽지 않은 인물이다.

바람을 맞고 복수하기 위해서일까,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를 새로 만난 여자 친구에게 전한다.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빙빙 도는 소설이라

난잡하게 느껴진다.

소설 속 난잡함은 독자들의 호불호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의도한 난잡함이기에 더욱 이 소설이 특별하다.


소설은 인간 고유의 욕망을 성찰하게 한다.

욕망에 지극히 충실했던 주인공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욕망에 솔직한 모습이 나쁘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 스스로가 욕망에 솔직한 만큼, 타인도 그럴 수 있다.

주인공이 욕망에 충실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그만큼 양보하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의 욕망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기적인 욕망의 말로를 보여줌으로써

타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욕망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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