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상민 Feb 23. 2021

몸통보다 머리가 큰 눈사람 눈덩이

인문 360 <눈이 오네. 눈이 쌓이네. 그리고 녹아버리네> 칼럼을 읽고

밖에 눈이 오길래 부랴부랴 스마트폰으로 찍었던 방충망 너머 풍경.

어릴 적부터 눈 내리는 걸 참 좋아했다.

하늘에서 펑펑 내려 사라지는 눈을 보며

세상에 마법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철썩 믿었다.

덕분에 중학생이 되도록 친구한테

산타클로스는 있다고 버럭 화를 내던,

그런 사람이 되었다.


<눈이 오네. 눈이 쌓이네. 그리고 녹아버리네> 칼럼은

소복한 눈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칼럼이다.

글쓴이도 눈을 참 좋아했나 보다.

어릴 적 눈사람을 만드려고 눈을 굴려

몸통보다 큰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어냈던

추억 속 이야기를 칼럼에 담으셨다.


이번에는 머리 만들기. 또 골목을 두 번 반복해 커다란 머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머리가 너무 커서, 너무 무거워서, 몸통 위에 올릴 수 없다는 걸.
나는 내 허리까지 올라온 두 덩어리의 눈 뭉치를 보면서 웃었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몸통보다 큰 머리를 만들면서
뭐가 잘못되어 가는지 모르던 나 자신이 어리석어서.  - 칼럼 中 일부 발췌


참 예쁘다.

몸통보다 큰 머리면 어떤가.

근사한 눈사람을 위해 신나게 눈을 굴리는

즐거운 시간이 담긴 두 덩어리기에

어리석어도 웃음이 지어진다.

눈사람을 못 만들었다고 울지 않는다.


올해, 지금 있는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만두면 뭐하게? 어떤 일하게?'


"올해는 하고 싶었던 거 하면서 일은 쉬려고요"

하고 답변하면 나 대신 걱정을 해주신다.


올해는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

실수해서 몸통보다 큰 머리를 만들더라도,

크게 웃을 수 있는 2021년을.

매거진의 이전글 유튜브는 다양한 영상으로 성공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