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에피소드
새벽 3시, 잠들었던 아영이가 갑자기 일어나서는 나를 깨우고선 이불을 찾았다.
"아빠 애기 이불 어디 있어?"
순간 아영이가 자기 이불 찾는 줄 알고, 아영이 이불을 찾아와 잘 덮어주는데 짜증을 내더라.
"아니, 나는 이불 덮기 싫어. 아가 이불 어딨 냐고"
요즘 아영이는 잠에 들기 전 가장 좋아하는 인형 4 친구(?)와 기타 등등 인형들을 옆에 눕혀놓고는 자장가를 불러주고, 이불을 덮이고 재워준다. 오늘도 그렇게 잠들었는데, 잠깐 새벽에 깨어나 보니 아영이의 인형들이 이불을 다 걷어찼는지, 이불을 덮고 있지 않았었나 보다.
나를 깨워서는 자기는 방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이불을 찾아서 덮어주라고 한다.
잠결에 일어나서 주섬주섬 아영이 아가들의 분홍색 얇은 이불을 찾아봤다.
그리고 아영이 대신에 이불을 인형들에게 덮어주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자꾸 짜증을 내며 화를 냈다.
"아니 아빠, 그렇게가 아니라 이렇게 덮어줘야지"
그래서 또, 주섬주섬 더 꼼꼼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휴대폰으로 라이트를 켜서 아영이에게 확인시켜 줬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라니까. 아가가 잘 덮고,
공주님은 목까지 덮어줘야지. 아가들이 이불을 잘 덮어야 감기에 안 걸리지"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이제야 아영이의 기준점에 들어섰나 보다.
만족스러운 듯이 아가들을 토닥토닥해 주고는 금방 다시 잠에 들었다. 세상에 하다 하다가 이제 아영이 인형들의 감기까지 신경 써줘야 하다니. 아영이에 맞춰서 나도 인형들의 건강까지 챙겨가며 걱정해 주는 것이 너무 웃겼다.
내가 인형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인형들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날이 있을 줄은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살고 있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동심이란 것이 다시 좀 꿈틀거리는 그런 느낌, 나쁘지 않다.
아영이 덕에 정말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운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아영이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느 순간 인형이 인형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곧 오겠지만, 그 시간이 조금은 더 늦게 찾아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오늘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