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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 Feb 25. 2024

유럽 여행은 처음이라

늦깎이 손님

나는 입사 후 곧바로 투어에 나가지 않았다. 먼저 선배 가이드의 투어를 참관하고, 현장실습을 나가며 교육을 받았다. 회사로 치면 수습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이 된 셈이다. 나는 첫 투어를 나가기 전, 나만의 '가이드 대본’을 써서 직접 동선을 걸으며 연습을 했다.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완벽에 완벽을 가한 준비였다. 나의 자존심을 산산조각 낸 사수에게 나를 증명해 보일 기회였으니까.


"유수 씨,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아하하하하!"

영국 국립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우린 반고흐의 <해바라기> 앞에 서 있었다.


"반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해설이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있는 꽃, 시들한 꽃, 씨앗이 여문 꽃을 보고 해설가들은 그림이 생과 사를...."

"아하하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때는 마지막 현장 실습이었다. 나의 사수는 손님 역할을 자처했고, 나는 실제 투어를 진행하듯 코스를 돌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는 철저하게 관광객의 시선으로 나를 대해주었다. 적어도 그랬다고 믿고 싶었다.


"씨앗이 뭐? 여물었다고? 유수 씨, 그게 맞는 말이야?

씨앗이 여문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 하하하하"

"아... 그런가요?’

"응! 내가 어휘, 어법에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어서 좀 아는데, 그건 정말 아니야.

유수 씨 진짜 웃긴다. 호호호"


실제로 그녀는 한국에서 출판사를 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문장력이 참 뛰어났다. 나는 단 한마디도 이기지 못했다. 입을 열면 열수록 나의 부족함만 드러날 뿐. 벌건 얼굴도 모자라 목까지 메었다. 이 넓은 미술관엔 쥐구멍이 몇 개나 있을까. 대화를 나누는 건 나와 그녀 단 둘이었지만, 온 세상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최선이 최고가 아니라니.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자존심이 센 편이었다. 누군가의 무시나 비아냥을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곤 했다. 이 와중에 소심한 성격 탓에 화를 내지는 못했다. 대신 속에서 삭히며 각오를 다졌다. '언젠가 이겨먹을 테다. 두고 봐.' 그리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먹기'를 실천한다. 승률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가, 치졸함과 증오로 뒤덮인 경쟁이었다. 심지어 상대방은 모르는, 말 그대로 무의미한 승부였다. 어쨌든, 당시 초보 가이드였던 나의 승부욕은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곧 있을 나의 첫 투어가 결전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긴장할 거 없어.'


오전 9시. 나는 가이드용 깃발을 들고 만남의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Westminster Station) 3번 출구에 서 있었다.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라는 지역은 런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국가 주요 기관들이 밀집되어 있다. 의회가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궁(House of Parliament), 대법원, 국세청, 국방부, 그 외 왕실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세계에서 가장 큰 자명종 시계가 달려있는 시계탑 빅벤(Big Ben)까지.

'빅벤(Big Ben)'은 본래 (시계탑을 포함한) 웨스트민스터 궁의 북쪽 전체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60년을 기념으로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라는 공식명칭을 얻게 되지만, 아직까지도 이 시계탑은 대중들에게 빅벤으로 남아있다. 사람들은 당시 웨스트민스터 궁 건축을 도맡던 건축가 벤자민 홀(Sir Benjamin Hall)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내가 워킹 가이드였을 당시(2019) 빅벤은 보수 공사 중이었지만, 지금은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웨스트민스터 브리지(Westminster Bridge)에서 본 웨스트민스터 궁과 빅벤(일부). 보수공사가 진행되던 현장이다.


'우선 여기서 인사를 나누고, 이어폰을 나눠드리고, 동선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다 같이 왼쪽으로 이동. 아니, 왼쪽에 보. 이. 는. 출구로 나간다고 안내해야겠지?' 머릿속에서 투어의 동선을 그리고, 또 그려보았다. '빅벤 설명 중에 뭘 빼먹었더라?' 아, 긴장감과 기억력은 왜 반비례하는 거야! 이제는 배낭을 메고 지나가는 동양인들만 보아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늘 투어는 손님들에게 최고의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 나의 성공적인 데뷔 무대가 될 것이니까. 그리고 다음날 올라올 후기들로 사수의 기를 콱 눌러버릴 거다.


유수 가이드님, 최고입니다!
멋진 런던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오늘 워킹 투어 진행하시는 가이드님이세요?"

"앗!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드디어 만난 오늘의 첫 손님. 직장동료 내지는 친구사이로 보이는 여성 3분. 다 같이 똑같은 에코백을 메고 있는 걸 보니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를 드려야 할 것 같았다. 런던에서 지퍼가 없는 가방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관광객이라면.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중에 소매치기의 손이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한눈 팔린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이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투어 전날 안내 문자를 보내지만, 불가피한 상황에 따라 (예를 들어 여분의 가방이 없다거나) 당일 소지품 간수를 다시 한번 강조드리곤 했다.


"오시는 길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네. 숙소가 근처라서 걸어왔어요."

"그러셨군요. 날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오늘 투어 인원은 총 7명으로 나머지 손님들이 도착하실 때까지 잠시 기다릴게요."


머지않아 3명의 가족 손님이 도착했다. 엄마, 아빠, 그리고 귀여운 아들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전달드렸다. 어린아이들이 워킹 투어 중 지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비해 관광 코스 중에 잠시 따로 쉬었다 합류할 수 있는 카페나 공원의 위치를 파악해 놓았다. 성인인 나도 쉬는 날엔 다리를 마사지해야 할 만큼 긴 코스라, 주저 없이 아이들의 상태를 알려달라 안내를 드리는 것이다.  


우리는 마지막 한 명의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 선배 가이드의 투어를 보았을 때, 손님이 늦게 오는 경우에는 5분에서 10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아무리 늦어도 9시 40분이면 모든 인원이 도착하기 마련인데, 지금은 무려 약속시간보다 15분이 더 지연된 9시 45분. 부모님과 여행을 온 꼬마 손님이 주위를 둘러보며 몸을 베베 꼬기 시작했다.


"심심해요."


나는 곧바로 늦깎이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워킹 투어를 진행하기로 한 가이드입니다.

저희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나서 연락드리는데, 혹시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아 네, 안녕하세요. 아니요. 어려움은 없습니다. 저는 지금 그린파크(Green Park) 역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 손님은 왜 도보 15분 거리의 지하철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가! 글을 쓰는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네? 저희는 본래 약속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역 3번 출구에 모여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연돼서 투어를 먼저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지도에 빅벤을 찍으셔서 그 앞으로 와주시겠어요?"

"아뇨, 지금 웨스트민스터 역으로 갈게요."


이게 무슨! 미처 대꾸를 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뒤를 돌아보니 소식을 기다리는 눈동자들이 하나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광경에 차마 안타까운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혹평을 듣는 가이드가 될 순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후기들을 보고 나에게 쓴소리를 할 사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것도 웃는 얼굴로. 절대 그런 일은 없어야 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직 손님 한분이 도착을 못하셨지만, 시간 관계상 먼저 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런던 워킹 투어 가이드 유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를 늦깎이 손님을 뒤로한 채 웨스트민스터 역 3번 출구로 향했다.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가면 웨스트민스터 브리지(Westminster Bridge, 웨스트민스터 교)로 가는 길이 이어진다. 그전에, 그라피티가 그려진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때 유명 작가 뱅크시(Banksy)의 '쥐'그림으로 추정되던 그라피티가 자리 잡고 있었으나, 몇 달 뒤 누군가의 소행으로 덮여버리고 말았다.


웨스트민스터 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마주할 수 있는 풍경. 오른쪽에 (추정) 뱅크시의 '쥐' 작품을 덮은 그라피티가 있다.

그라피티를 지나 오른쪽 계단을 이용해 웨스트민스터 브리지에 오를 수 있다. 여기서는 런던의 인기 관광명소 런던아이(London Eye)를 볼 수 있다. 아, 참고로 영국의 탬즈강(Thames River)은 바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갈매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런던아이는 개관 연도(2000)를 기념하여 밀레니엄 휠(Millennium Wheel)이라고도 불린다. 개관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였으나, 지금은 그 기록이 경신되었다. 런던아이는 건축가 데이비드 마크스(David Marks)와 줄리아 바필드(Julia Barfield)에 의해 설계되었으며, 이 둘은 부부사이다. 32개로 구성된 캡슐은 영국의 32개의 자치구를 상징하는데, 서양 문화에서 불행을 뜻하는 13번을 제외하고 1번부터 33번까지의 번호가 매겨져 있다.
(앞) 탬즈강 크루즈 스테이션과 (뒤) 런던아이 대관람차


"지금부터 10분간 자유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우선 시간을 벌어놓고 늦깎이 손님과의 접선을 노리기로 했다. 설명을 마친 뒤,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늦깎이 손님 - 부재중 10건

나는 화들짝 놀라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투어를 시작해서 미처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어디신가요?"

"지도를 보니까 빅벤 근처로 나오는데요?"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빅벤 건너편에 웨스트민스터 역이 있는데..."

"지금 저 보이세요?"

"네?"

"저요! 길 건너에 손 흔들고 있어요!"

길 건너 배낭을 멘 중년의 남성이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들며 서 있었다.


그렇게 늦깎이 손님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와 합류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런던아이를 보진 못했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은 듯했다. 아직 3시간 투어 중에 2시간 30분이 남았으니, 그러려니 했다. 우리에겐 웨스트민스터 궁,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세인트제임스 공원과 버킹엄 궁전, 그리고 근위병 교대식이 남았다!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에서 반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며 멋진 마무리를....


"가이드님은 사진 찍는 수업을 받나요?"

"영국에서는 어디에 가서 어떻게 놀아야 하나요?"

"자전거 탈 줄 아세요?"

"우와, 이 공원은 몇 평인가요?"

"여왕님은 지금 어디 계세요?"

“지금 이 문자, 결제 승인 났다는 건가요?”


늦깎이 손님은 쉴 새 없이 내게 물었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답을 하던 나는 슬슬 지쳐갔다. 사실 지친 게 아니라 난감했던 것이다. 그의 질문들은 내가 아는 것, 대충 아는 것, 그리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나중에는 투어 경험이 쌓여 거리의 가로수 품종까지 읊을 수 있게 되었지만, 첫 투어를 나온 초보 가이드로서는 늦지 않게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간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모른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을까. 분명 막힘없이 지식을 뽐냈을 사수를 생각하면 절대 질 수 없었다.


"글쎼요, 뭐."

"영국인들은 주로 펍(pub)에 가서 놀죠."

".... 아마 그럴걸요?"


맑은 하늘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은 초여름의 날씨였다. 런던에서 흔하지 않은 쾌적한 날씨에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내가 준비한 대본은 턱없이 부족했다. 한두 줄로 끝나는 설명 뒤 손님들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분명 충분했는데, 설명을 마치고 나면 고작 2분 정도 지난 것이다. 아무 말이라도 지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설상가상 늦깎이 손님의 질문들은 계속되었다. 아, 이 분의 호기심을 다 채우려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닐까.


“런던에서는 하루에 뮤지컬 공연이 몇 번이나 있나요?”

“내일은 비가 올까요?”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던데, 진짜인가요?”

“런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무단횡단을 많이 하나요? “

"아, 또 왜 이렇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나는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한숨이 아주 많이 섞여 있었다.

"궁금한 게 참 많으시네요."


"아, 네! 제가 유럽 여행이 처음이라서요."

그의 미소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 앞에 서 있는 늦깎이 손님은 참 해맑았다. 나의 자만으로 그의 궁금증이 무시당해도, 겨우 들은 답변에 짜증이 섞여 있어도 말이다. 어쩌면 손님의 첫 유럽 여행은 꽤 괜찮은 시작을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길을 잃어버린 줄 알았으나 금세 일행을 만날 수 있었고,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해외 결제는 처음이라 불안했지만 마침 일행 중 경험자를 만나 물어볼 수 있었다. 덕분에 저녁에 볼 뮤지컬과 가이드에게 추천받은 펍에서의 저녁식사가 기대되었다. 조금 늦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어떤가. 물어보면 그만이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낭만적인 '처음'은 존재하는 거였다. 늦깎이 손님의 순수함과 의연함 앞에서 나는 점점 작은 사람이 되어갔다. 


나의 첫 투어는 무엇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는지. 무탈하게 지나간 하루 일정 끝에 나의 얼굴은 온통 불만족으로 가득했다. 시작이 지연되긴 했지만 정해진 방문지를 모두 들렸고, 사진을 찍는 자유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근위병 교대식도 시간에 맞춰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소매치기와 같은 돌발상황도 없었지만 나의 입꼬리는 도무지 올라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유수 가이드였습니다!" 


나의 마지막 인사는 한숨과 괴로움이 뒤섞인 호소에 가까웠다. 마음 한편에 그 사수만큼 잘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미웠던 거다. 그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나의 자존심을 명중시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켰다. 나의 설명이 너무 짧지 않았는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했는지, 사진의 각도는 적당했는지. '만족'의 기준은 손님들이 아니라 나의 상상 속, 나를 무척이나 비웃었을 사수였다.


손님들을 모두 배웅하고 돌아서는 찰나, 늦깎이 손님이 마지막으로 내게 질문했다. 


"가이드님, 저는 이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무 데나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어디든 가보세요. 여행이 원래 그런 거잖아요. 제가 알려드린 주의사항 잊지 마시고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가이드해 드릴게요."


늦깎이 손님은 그날 이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니, 성공적인 유럽 여행이 아니었을까, 감히 예측해 본다. 감사하게도 나의 첫 손님들은 투어에 대해 긍정적인 후기를 남겨주었고, 나의 사수는 "어린 가이드를 좋게 봤나 보네."라고 말했다. 이후 나는 매 투어마다 손님들의 질문을 기록해 대본에 추가했고, 부족하다 느껴졌던 분량은 점점 채워져 넘치게 되었다. 나의 사수는 "뭐 하러 그런 것까지?" 라며, "손님들의 질문을 전부 다 답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며 물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앳된 모습의 가이드에게 손님들은 마냥 관대했다. 좋은 후기를 받는 나만의 비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손님들의 궁금증을 전부 해결할 만큼의 자료를 모으는 것도 불가능했다. 알고 있던 것도 까먹기 일쑤였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아, 제가 가이드는 처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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