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일찍 컴퓨터를 접한 탓인지 좁고 말려있는 어깨가 얼마 전부터 유달리 눈에 띄어 상체 운동을 하고 있다. 열정을 다 바쳐하는 것은 아니라 별 기대 없었는데, 어제저녁 샤워를 마치고 본 거울 속 내 어깨가 예전과 달리 제법 곧장 예쁘게 뻗어있어 기분이 좋았다.
서른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얼굴 노화도 빨라졌다. 팔자 주름이 눈에 거슬려 거금을 들여 디바이스를 주문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뷰티기기에 먼지도 털어줄 겸, TV를 보며 잠시 '가꾸미 타임(신랑 왈)'을 갖는다. 수개월이 지나고 보니 어느새 그림자가 옅어진 것도 같다. 돈 값 하나 봐! 하며 호들갑을 떨어도 봤다.
내성으로 자란 엄지발톱을 여름에는 샌들을 핑계로, 겨울에는 기분 전환을 핑계로 정기적인 관리를 받았었는데 올해 잠시 방치해 두었더니 며칠 전부터 간헐적으로 엄지발톱이 욱신거린다. 서둘러 네일숍 예약을 하고 나니 마음이 좀 놓인다. 겁도 많아졌구나 싶다.
6.3kg의 반려견을 필요할 때 쉬이 안아 들고 그것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팔과 등 근육에도 시간을 할애했더니 상완이두근(=알통)이 점차 단단해졌다. "얘 살 빠졌어?"라고 까불 만큼은 는 근력에 노력은 절댓값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지구력과 끈기에 두드러진 장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 스스로를 꾸준히 가꾸고 관리하는 것에도 인색했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나의 외관과 몸을, 그것에서 오는 좌절감을 외면하기엔 젊음에 대한 인류의 욕망도 내게 있었나 보다. 현상유지라도 하자며 분주한 저녁을 보내는 날이 늘었다. 신체의 변화(라고 쓰고 노화라고 읽는다)가 꾸준한 관리와 가꿈으로 잠시 멎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보니 제법 뿌듯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왠지 모를 자존감도 조금 누적된 것도 같다.
7월 한 달간 회사와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져 웃음기를 잃은 지 오래다. 깊고 긴 고민을 마치고 약간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입사한 곳이라 더욱이 실망과 침체가 깊다. 서른일곱에 겪기엔 너무 어리석은 일이지 않았나라는 자책감도 크다. 선택에 대한 후회도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 굴레와 궤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소한 변화부터 시작했다.
점심 메뉴도, 외출을 위한 출발 시간이나 늘 건네던 아침인사도 내가 원하는 방법과 타이밍을 양보하지 않아 보기.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사기. 눈에 거슬리던 하지만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되었던 집안의 구조물들도 바꿔보기 등등.
며칠을 그러다 보니 마음의 시야가 조금 트였는지 샤워를 마치고 제법 잘 뻗은 쇄골라인을 보니 뼈와 근육도 노력을 들여 가꾸고 신경 쓰면 나아지는데 마음 역시 그러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옅은 미소가 피었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웃는 얼굴이 반갑다는 신랑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내 모든 관성의 중심점인 너만큼은 변하지 말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