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사람은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관찰, 추측, 해석이 필요하다. 건강한 반려견과 보호자로서 살기 위해서는 동물의 특성을 공부하고 행동학적 이론을 숙지하며 이것을 나의 강아지에 대입해 보고 관찰하면서 육성으로 뱉어도 보고 타인의 생각과 교류를 하면서 정제하고 구체화하면서 반려견과 나는 언어 없이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걸 터득하는 일은 반려견 보호자로서 경험하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강아지의 행동과 모습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가장 많이 나누는 것은 단연 신랑이다.
우리는 반려견 나무에 대해 상당히 자주, 많은, 사소한 것부터 깊은 것까지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곤 하는데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조금 낯간지럽지만.."강아지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오늘 이토록 사랑스럽고 애틋한데, 내일이 되면 어제보다 더 예쁘고 귀여운 게 말이 되냐면서, 맞지 맞지 너도 그렇게 느끼냐면서. 했던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처럼 하고 또 해대는 팔불출 부부.
배우자로서 너와 내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반려견이 우리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행위가 더 순결하고 투명하며 무조건적일 거라는 말을 했을 때도 우리 둘 중 누구도 반박하거나 서운한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 사실이니까.
거실러그에 소변 실수를 해서, 세탁을 돌리면 러그 형태가 자꾸 망가지니까 살짝 짜증이 나서 빼액 "너 대체 왜 그래!"라고 소리 지르는 날 보고도 꼬리를 살랑이며 기죽은 듯 다가오는 강아지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 육포를 보고 잔뜩 흥분했지만 보호자인 내 손가락은 절대 깨물지 않으려 턱을 달달거리며 조심하는 강아지는,
저 멀리 뛰어갔다가도 "엄마 간다- 안녕!" 하는 말에 획 고개를 돌려 온 힘으로 내 뒤꿈치를 따라 뛰어오는 강아지는,
새끼 강아지 때부터 좋아하던 애착담요를 깔아 두어 가장 좋아하는 쿠션에 늘어져있을 때에도, 가장 좋아하는 아빠 무릎에 누워 고롱고롱 졸 때에도 집안일을 하러 뽈뽈거리며 걸어 다니는 나에게 눈이 고정되어 있는 강아지는,
정말이지 온 지구를 통틀어서 가장 순결하고 무구한 사랑을 주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반박 시 네 말 맞음.
이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가
그런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가
이제는 그 사랑이 영원하다는 확신에 내 삶과 영혼은 드디어.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