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야 하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은 옛날 같지 않지?”
이 말은 이제 거의 모든 교사들이 공통으로 내뱉는 말이 되었다. 학생을 크게 혼내거나, 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점점 보기 어려워졌고, 아이들도 예전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있으며,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닌 경우가 많다. 이는 많은 가정에서 자녀를 한두 명만 두고, 부모가 정성을 다해 키우는 환경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가 존중받는 방식으로 자라온 만큼, 학교에서도 선생님을 대할 때 기본적인 존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의 대화는 여전히 쉽지 않다. 갈등의 방식이 바뀌었을 뿐, 교사로서 '이 아이는 왜 이렇게 반응할까?' 하는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예를 들어, 마감이 지난 활동에 대한 신청서에 대해 “지금은 안 돼. 마감되었어”라고 말하면, 표정이 변하며 이렇게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근데 왜 안 되는 거예요? 하루정도인데 그냥 해주면 안 돼요?”
말투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뉘앙스에는 ‘그건 선생님의 기준일 뿐, 나는 이해 안 간다’는 단호함이 섞여 있다. 예전이라면 "선생님이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알아야지"라는 게 가능했다면, 지금 아이들은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이럴 땐 곧바로 ‘그게 규칙이야’라고 단언하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질문 의도를 되묻는 방식이 필요하다. “너는 그게 왜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말해줄래?”라고 질문을 바꾸면, 아이도 감정을 걷어내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교사는 제도의 기준, 형평성, 다른 학생과의 공정성을 차분히 설명할 수 있다. 감정이 섞인 말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시선에서 ‘이해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수동적인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나타난다. 질문을 해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모르겠어요”라고 짧게 말하고 끝내는 경우, 마주 앉아 있어도 마음이 전혀 닿지 않는 느낌이 든다. 혼자 있는 걸 편안해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과의 대화는 말 한마디보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아이들과는 대답을 유도하기보다, 먼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오늘 급식에 감자조림 나와서 진짜 좋았어. 너는 좋아하는 반찬 있어?”처럼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 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말문을 열도록 요구하기보다,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편안해야 말도 따라온다. 어쩌면 말하지 않는 것이 무관심이 아니라, 아직 마음을 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다루기 어렵고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대상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다. 감정의 파도가 크고 예민하며,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다. 같은 말을 해도 어떤 날은 웃으며 듣고, 어떤 날은 상처받고 돌아선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런 말이 돌아올 때면, 교사도 지친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나, 괜히 말을 꺼냈나 하는 생각이 들고, 결국 말을 아끼게 된다.
하지만 교사가 입을 닫으면, 아이도 마음을 닫는다. 사춘기의 예민함 앞에서 가장 필요한 건 지적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이다.
“그 상황에서 너도 많이 답답했겠다.”
“기분 이상했을 것 같아. 그런 날 있지.”
이런 말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아이가 다시 대화로 돌아오게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사춘기의 아이는 말의 내용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의 위치’를 먼저 읽는다. 그들이 보고 싶은 건 정답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먼저 알아봐 주는 시선이다.
교사로서 십 대와의 대화는 여전히 어렵다. 때로는 한 문장이 며칠 후 뜻밖의 의미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말은 전혀 반응 없이 사라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날 스쳐 지나간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 어딘가에 작게 남아 있었다는 걸 말이다.
우리가 필요한 건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태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 감정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려는 연습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한 말을 모두 기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있었던 마음은 오래도록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싸우지 않고, 멈추지 않고, 아이와 끝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남기 위해서 용기를 내 말해본다.
"와, 승욱아! 머리 잘랐구나! 더 멋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