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선택이냐, 관계의 필요이냐
요즘 교실을 바라보고 있으면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도 혼자 있는 아이들은 있었다. 친구 관계에 서툴거나 성격이 내향적이어서 무리에 끼지 못한 채 혼자 앉아 있곤 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마치 의도적으로 혼자를 선택한 듯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앉아 있고 혼자 있는 상태를 편안하게 여긴다. 교사가 무리를 지어 주려 하거나 친구와 연결해 주려 하면 오히려 불편해하며 거리를 두곤 한다. 혼자가 어색해서가 아니라 혼자가 더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듯하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면 미술 교사에게 부탁해 미술 부장을 시켜서 여러 활동을 이끌도록 했고,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을 모아 수행평가를 함께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는 조금씩 표정을 펴며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스스로 무리 속으로 들어가길 꺼리고, 차라리 혼자 하겠다고 선택한다.
물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혼자 있는 것이 반드시 외로운 것도 아니고,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학교는 결국 함께하는 공간이다. 수업 속에서도 모둠 활동이 있고 축제와 체육대회,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가 있다.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자 있겠다’라는 선택은 곧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그 학생은 배움의 중요한 과정에서 빠져나가게 되고, 더 나아가 공동체 속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된다.
학교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사회에서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사회는 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갈등을 조정하거나 협력하며 목표를 이루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학교에서조차 혼자를 고집하며 관계 맺기를 피한다면, 사회에 나갔을 때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억지로 무리에 끼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혼자 둘 것인지는 늘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경험이라도 함께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네 명이 해야 하는 모둠 활동 대신 두 명이 짝을 이루는 과제를 내주거나, 축제에서 혼자 맡을 수 있는 역할을 주지만 그 결과가 전체와 연결되도록 구성할 수 있다. 아이가 부담을 덜 느끼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의미를 찾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알려 주어야 한다. 함께하는 것은 단순히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서로 협력해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물론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혼자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받는 동시에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또한 작은 경험이 쌓여 언젠가는 혼자보다 함께가 더 따뜻하고 풍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바로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우리가 아이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중요한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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