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른의 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얼마 전 학교 신문에 재학 시절 내 기억에는 별다른 장면으로 남지 않았던 한 학생의 글이 실렸다. 그 학생은 고려대 영어교육과에 진학했고, 글에서 내 이름을 언급하며 '최은희 선생님 덕분에 나도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내가 했던 단순한 눈 맞춤과 수업 중 가벼운 대화가 학생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학생과 나는 수업 시간에 종종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것이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임을 확인하는 정도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생에게는 그것이 큰 힘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 학생은 신문 기사에서 나의 열정적인 모습과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힘내자"라는 나의 말이 큰 감동이었다고 썼다. 나는 단순히 수업을 진행했고, 관심을 표현했을 뿐인데 그 작은 행동이 학생의 삶과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찼다.
또 다른 학생도 있었다. 매일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던 남학생이었다. 키가 꽤 컸지만 마른 편이었으며, 머리카락도 거의 단발머리 수준으로 길었다(요즘은 거의 모든 학교가 두발자유화다). 나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도 자주 찾아가 깨우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일어나야지, 아직 졸려?"라며 웃으며 말을 걸곤 하다가 어느 날에는 "너, 모델하면 잘 어울리겠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한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학생은 내게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며 자신의 잡지 사진 링크를 보내왔다. 나는 그 순간 교사의 작은 관심이 한 학생에게 자신감과 도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업 중 몰래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이 있었다. 나는 규칙을 다시 언급하면서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집에 알렸다. 내 입장에서는 갑자기 통화가 되지 않아 부모님이 걱정할 수도 있어서 미리 연락한, 일종의 배려차원이었지만 학생은 강하게 화를 내며 "왜 내 허락도 없이 집에 전화를 했어요? 사생활 침해예요!"라고 말했다. 이후 졸업 때까지 그 학생은 나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복도를 지나가면 나를 모른 채 했다. 이 경험은 교사의 의도와 학생이 느끼는 감정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같은 행동이라도 학생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며, 교사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교사의 작은 말과 행동은 학생에게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그 영향은 학생이 교사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거나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때로는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그리고 10대들과 마주하는 우리 어른들은 매일 학생과 마주하고 관심과 배려를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조금만 더 힘내봐,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돼" 같은 말 한마디가 쌓여 학생의 삶과 선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결국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삶과 성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할은 단순히 교사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사회의 어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작은 말 한마디, 관심 어린 행동이 누군가의 삶에 오래 남아 그 사람의 선택과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그 사람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관심과 배려를 표현해야 한다. 교사뿐 아니라 부모, 가족, 이웃, 사회의 모든 어른이 아이들의 작은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고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단순한 지도나 교육을 넘어, 10대와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이자 책임인 동시에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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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써온 글이 '나도 10대는 처음이라서'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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