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비 Jan 03. 2020

꼭! 꼭! 약속해!

율이는 네 살이 되었다. 네 살이 된 율이는 세 살 율이보다 사탕을 더 먹고, 젤리를 몇 알 더 먹는다. 떡국 먹고 나이 한 살 더 먹는 줄 알았는데 율이는 나이와 단 것의 양이 비례할 만큼 달달한 맛을 사랑한다. 


"율아, 밥을 잘 먹으면 사탕을 먹는 거야."

"싫어~~ 사탕~~"

"밥부터 먹고 사탕 먹자~ 꼭! 꼭! 약속해~"


"율아, 세수를 해야 젤리를 먹을 거야."

"싫어~~ 젤리~~~"

"세수부터 하고 젤리 먹자~ 꼭! 꼭! 약속해~"


어느 날 저녁을 차리고 있는데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며 율이가 부른다.

"엄마! 꼭! 꼭! 약속해~~"

"응~ 알았어~~"


습관처럼 대답하고 나니 뭘 약속한다는 건지 궁금해져서 물었다.

"율아~ 무슨 약속 했어?"

"엄마~~ 꼭! 꼭! 약속해~~~~"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말투였다. 딱 봐도 사탕을 달라는 말이다. 율이의 꼭! 꼭! 약속해는 '달콤한 사탕 주세요'와 같은 의미인 것 같았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원하는 것을 얻었다. 대게는 사탕이나, 주스 같은 것들이었다. 무얼 약속한 대가로 얻는 달콤함인 줄 알고나 있었을까. 약속을 지키면 좋아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일종의 거래였는데 엄마의 욕심이었나 보다. 율이의 머릿속에 아직 약속이라는 단어의 자리는 없었다.


밥 먹기 전이고, 세수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 나름의 표현이 귀엽다. '사탕 주세요'라고 말할 줄 알지만 엄마가 불러줬던 노래를 떠올린 깜찍함에 단단한 결심이 무장해제된다. 귀여운 입을 엄마 볼에 갖다 대며 뽀뽀까지 해준다. 


잠시 판단에 혼란이 온다. 그냥 넘어가면 약속이라는 단어를 가르치는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아이의 순수함을 무시하는 것도 엄마로서 옳지 않다. 그 어떤 조건이라도 붙이면 되지 뭐. 지금의 이 귀여움이 영원하진 않을 테니. 율이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탕 하나를 꺼내 주기로 마음먹었다. 


"고마워서"


사탕의 조건은 고마워서 이다. 통통한 볼이 고맙고, 씩씩하게 콧물을 이긴 것이 고맙고, 볼록한 배가 고맙고, 귀여운 노래가 고맙다. 나는 매일 나의 아이 율이에게 고마울 것이다. 그 상으로 달콤한 사탕 한 개를 줄 것이다.


"꼭! 꼭! 약속해~"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사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