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다가 한 끼
쇠가 아닌 나무가 나무를 깎는다
거칠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게
나무는 제 몸 깎이는 줄도 모르고
반들반들 윤기를 더하며,
작아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축나는 줄 모르고
사랑하는 것 같다
같은 케미가 만나면 이렇다
축나는 줄 모르고 다 주고
깎이는 줄 모르며 줄어드는 것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고통은
행복한 인내가 되다니 말도 안 돼
가족을 위해 아이를 위해
제 몸 깎이는 줄도 모르고 아버지는
어머니는 몇 십 년 전의 오늘도
애태우며 나를 키웠다
나는 그렇게 부모의 본체를 파먹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는 바,
부모는 왜 내 살을 깎아먹지 않지
나무가 나무를 깎듯
나는 사람을 깎아먹으며 이만큼 살았다
너는 나를 깎아먹으며 그만큼 살았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조각도를 심장에 품고
저만큼에서 살아 이만큼으로 왔다
반들거리는 상처를 보자
딱지 떨어진 살은 왜 그렇게 반짝일까
그 아픔은 어떤 치유를 지나왔는가
이별은 새 살로 낫는 것이냐
새 살로 남는 것이냐
오늘도 우리는 왜 다른 나무를 깎을까
나는 왜 내 살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돌돌돌 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