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만 비가 온다

시 한끼

by 수요일

나무에만 비가 온다


비는 언제나 보면,
나무에만 내린다.

비가 놀기에 제일 좋은 나무는 따로 없지.

모든 나무가 비 놀기에 참 좋다.

우산도 없이.

비와 노는 걸 좋아하는 건 나무뿐이다.

사람의 우산처럼 건물도

비를 피하려고 지붕을 만들었지.

지붕이 없는 건 나무뿐이야.

그늘이 우산이 되어 새가 숨어든다.

벌레가 숨어든다. 사람이 뛰어든다.

비를 온전히 즐기는 건 나무뿐이다.

슬픔을 견디듯 나무는 비를,

비는 나무를 건드린다. 톡톡

비를 즐기려면 다 벗어야해.

젖어도 좋은 것은 온전히 맨몸이다.

맨몸에 닿은 빗방울은 노래를 부르지.

들어봐.

나무처럼 온통 벗고

거리로 뛰쳐나갈 수 없는 것은

내가 나무가 아닌 탓이다.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도

온통 벌거벗은 사람이라면

한 발짝도 떼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나무처럼,


몇 백년을 살지도 모른다.

비의 축제를 맞이하며,

의미없는 하루를 보내는 두근거림.

의미없어서 의미있는 나무처럼 오랜 삶.

사람의 삶보다 나무처럼.

나무에만 내리는 비를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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