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껍질을 쓴 남자

시 한끼

by 수요일

개껍질을 쓴 남자


아무 발소리에나 짖는다. 바보개
아니 똑똑해,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지,
다가오면 물어뜯을 거야 라는 거지.
복도는 좁고 계단은 깊어 개 짖는 소리가
이곳에서는 땅 밑 울림 같다.

며칠이나 계속 짖은 적도 많아,
저 개는 한 마리야. 한 마리뿐.
개는 한 마리면 그렇다잖아.
고독을 못 견뎌 낯섬도 반가운 걸까.
나 또한 그러하니 당신에게,
반갑게 굿모닝

얼얼얼얼,

층층마다 다들 참고 살아,
개울음이 시끄러울 텐데 견디는 건
다들 고독해서 그래. 외로워서.
나는 너를 먹을 수 없다.
이리도 외로운 짐승을 어디부터 먹어.
내 몸이라도 뜯어 먹는 것 같잖아.

개껍질 속에 있을 뿐인 너라서
남자라는 껍질 속에 사는 내가
네 울음이 반가운 거야.
개는 외로운 이에게 동화라도 읽어주듯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짖는다.

아래층 개가 얼얼얼얼 짖는다.
또 누가 지나갔을까.
그림자 없는 당신을 개는 알아.
개껍질을 쓴 남자,
당신의 길목에 개집을 놓자.
고독히 지나다가

우울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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