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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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난 대뜸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했다. 꼬냑이나 와인, 위스키 같은 거 말고.
소주 마셔봤어요?
소주 좋죠.
그럼 가요.
하지만 그가 데려간 곳은 전 집. 막걸리였다. 막걸리 종류는 많이 안 마셔봐서 이것저것 호기심도 있었다.
어? 이거 맛있네요.
한 병씩 마셨나보다. 그리곤, 난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여긴 어디?
제 방이에요. 호텔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가 가지런히 웃었다. 스타킹과 신발만 벗겨진 상태 그대로 난 그의 무릎에서 잠들었나보다. 내가 맨다리를 보고 있으니 그가 말했다.
직접 벗었어요.
왜?
뭐가요?
왜 여기에 있어요?
호텔 가기가 뭐해서 그냥요. 라고 조금 전에 말했어요.
아,
반복이었지만 내 말의 의미는 조금 달랐는데 넘어갔다. 그냥 편안했다.
취한... 나요,
네?
술 취한 나, 미웠겠어요.
왜 그렇죠?
뭔가 소란하고 뭔가 건방지고,
그가 흐트러진 내 머릿결을 손가락으로 쓸어 정돈해주며 말했다.
아뇨, 얌전하던 걸요. 아직 맘이 다 안 열렸나 봐요.
내 친한 친구들은 내가 술에 취하는 걸 제일 곤혹스러워했었다. 평소엔 무거운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졌기에. 그것도 대부분 아빠를 성토하는 말들. 하지만 아무리 취했어도 깨어보면 늘 내 침대 안에서였다. 누군가는 나를 안고 들어와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혔다. 누군지는 별 관심도 없었다. 나를 어찌할 만큼 간 큰 누군가는 없으니까.
나는 기억이 깡그리 사라진 게 조금은 이상했다. 아무리 취해도 어렴풋하게 내가 한 행동들이 떠올랐으니까. 근데 얌전했단다. 마음을 안 열었단다.
마음을 안 연 게 아니라,
그럼요?
어쩌면 다 연 건지도 몰라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쨌든 무척 편안해보였어요. 코도 골고.
코 골았어요?
약하게요. 가랑가랑.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