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36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36

현수야, 비행기 안 타고 움직이는 방법이 혹시,

응? 혹시?

그러니까 이게 하하 좀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왜 그냥 말해도 돼

나무를 타고 움직여?

아아아아아 타잔?

타잔? 타잔이 뭐야?

진짜? 타잔 몰라서 하는 말?

그게 음 타잔 몰라 하하. 타잔이 뭐야 나무를 타서?

응 나무 타는 게 타잔이지. 하여튼 나무를 타고 움직이는 거 맞아. 누가 그랬어?

아 누구라기보다는 대장이 갑자기 나타나더라고. 근데 그때 은행나무가 움직여서.

들켰네 찬수! 죽었어! 하하.

어? 어? 무슨 말이야? 내가 말하면 대장이 죽어? 어떡해. 아냐 난 절대로 아무것도 못 봤어. 진짜야!

아니 진짜로 죽는단 게 아니고! 아무튼 걸렸다.라는 거지.

아효... 좀 겁 주지 마. 진짜 무섭다고!

맞아. 나무를 타고 움직이는데 이게 비행기보다는 느리지. 아무래도. 하지만 아마도 찬수는 나무를 타고 움직이면서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을 거야. 요즘 나무들이 심상치 않아서 해결책을 고심 중이거든.

나무들이?

음 일종의 파업이랄까. 힘들대. 나무들 이야기가 들어보면 대부분 힘들어서 그냥 놓으려고 한대.

나무가 놓는다는 건... 그러면 나무가 놓은 그곳은 어떻게 돼?

뭐... 다른 나무가 들어오겠지.

아... 다른 나무. 그렇구나. 너는 어쩌다가 나무가 됐어? 아니 처음부터 나무였나.

처음부터는 아니고. 질문이 묘해. 대답하지 않으면 내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아, 아니야. 미안. 이 질문은 없던 거로.

한번 하면 끝이지. 나온 말은 다시 넣을 수 없어. 그래서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하는 거지. 나무처럼. 나무는 말이 없는 이유가 말을 못해서가 아니거든.

나무도 그럼 말을 할 줄 알아?

그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말을 해. 아니 살아있지 않은 것들도 말을 하지. 그걸 알아듣는 사람이 있거나. 혹은 평생 못 알아듣거나.

현수의 말에 꽃비가 앉아있던 의자를 본다.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한 의자. 꽃비가 의자를 보자 현수가 잠깐만. 하고 드라이버를 꺼내 의자의 나사를 조였다.

맞아. 말을 알아들으면 의자는 조금 더 살 수 있지. 하지만 그 말을 외면하면 결국 머지 않아서 의자는 죽어.

죽어.라는 말에 꽃비가 철렁했다. 말을 하는 것들의 소리를 나는 얼마나 외면했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괜찮은 것들과 이별을 했나. 조금만 더 들어주었더라면 난 아직도 내게 말하는 것들과 편안하게 살고 있을 거였다.

죽이지... 말아야겠다. 가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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