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38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38

숙여

라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꽃비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리고 고개를 바짝 숙였다. 그 순간,

쾅!

무엇인가 음식점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다. 날아오던 소주병이 그 물체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물체는 처박힌 그대로 소주병의 잔해를 받아냈다.

후두두두둑

아이고... 물체의 주인이 신음소리를 냈다. 나무가... 나무가... 라고 중얼거리며.

오토바이였다. 풀페이스 헬멧에 복장을 다 갖춰서인지 운전자는 그리 다치지는 않아보였다. 사고에 놀란 사람이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며, 인도를 그렇게 달리더니 나뭇가지에 부딪쳤다고.

뒤로 나자빠진 퍼스트는 그대로 기절했는지 움직임이 없었다. 살펴보니 다친 데도 없어보여서 다행. 구급차가 와서 퍼스트와 운전자를 싣고 갔다. 그제야 꽃비가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툭,

으악!

누군가 꽃비의 어깨를 쳤다.

괜찮아? 조심하랬더니 과격하게 움직였네. 역시 어린 애들은 혈기가 너무 왕성해.

현수가 나무를 보며 에효 하는 한숨을 내쉰다. 긴장이 풀린 꽃비가 비틀거리자 현수가 얼른 안았다. 꽃비는 현수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어린 애?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로 꽃비가 나무를 보며 물었다. 얼핏 봐도 나무는 80년은 돼 보였다.

응, 쟤는 사람으로 치면 8살 정도 되나. 나무의 시간은 느려. 사람으로 치면 1년이 사람의 10년 쯤?

아... 근데 언제 왔어? 그제야 생각난 듯 묻는 꽃비다. 현수가 꽃비의 등을 토닥거리며,

지금 왔지. 쟤가 알려줘서

현수의 손가락이 오토바이가 부딪친 나무를 향하고 있었다. 꽃비가 나무에게 고마워요. 라고 했다. 나뭇가지가 마치 고개를 끄덕이듯 움직인 것 같았는데 그게 때마침 불어온 바람 때문인지 나무가 움직인 것인지는 꽃비도 모른다.

무슨 생각해?

아, 사고 난 날

트라우마인가

몰라, 그 날 이후로 불안해져서

그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정말 그럴까?

물론이지 하는 현수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꽃비의 불안으로 날뛰던 마음이 가만히 내려앉았다. 하여튼 참 신기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의지하게 됐을까. 현수에게.

걱정하지 마. 나무가 지켜줄거야. 꽃비는.

응. 대답하고 보니 사방으로 둘러싸인 나무들이 밤바람에 조금씩 일렁이고 있었다. 그 아래 현수가 반듯하게 서 있는데 참 듬직하다.

신기해. 나무라서... 나무랄 데가 없나?

응? 아재?

꽃비가 중얼거리는 걸 들었는지 현수가 되물을 때 꽃비 씨? 슛 들어가요~! 촬영 스태프가 꽃비를 찾았다.

네, 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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