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39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39

제주도 사려니 숲 방화 사건으로 찬수가 바빠지면서 꽃비에게는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그 때문에 꽃비는 점점 더 퍼스트의 일이 능숙해지고 편안해지기도 했다.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리뿐 아니라 경영 일반 쪽으로도 많은 경험을 쌓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메인 요리에서 스페셜 메뉴까지 꽃비는 점점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있었는데 놀라운 건 근영이었다.

꽃비가 책임자 역할을 하자 근영이가 자연스럽게 세컨드로 자리 잡으며 멋지게 요리부터 스태프 관리까지 무리 없이 해내는 것이다. 실수투성이로 오죽하면 구멍이라고 불리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너 때문에!

라는 게 근영이가 밝힌 대변혁의 이유였다. 꽃비가 고군분투하자 근영이가 강제 능력 개방이 된 셈이다.

근영이 최고!

엄지척을 하면서도 들어오는 주문 처리에 여념 없는 꽃비였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메뉴 선택이 일반 냉면에서 스페셜 메뉴로 옮겨지고 있어서 더 바빠진다.

정신 없는 점심 장사가 지나가고 브레이크 타임이면 꽃비는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근영이도 그런 꽃비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스태프들 이야기에 근영이가 생각한 스페셜 메뉴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닭고기를 좀 더 이용해보려고.

초계냉면 같은?

그럴 수도 있고 또 닭고기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이 될 거 같아서.

역시. 근영이의 이런 재능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나? 대단해. 최고야!

최고는 너지. 이 근영이가 울 꽃비 옆에서 언제까지나 지켜줄게. 늘 말했지?

그럼. 알지.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가자!

오케이~! 평생 걱정 말라고. 내가 여까지 온 이유가 바로 너 때문인데 앞으로도 쭈욱 가야지!

은행잎은 점점 노랗게 물들고 햇살은 칼칼하게 그림자를 그려나갔다. 은행나무는 왠지 모르게 꽃비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비타민처럼 힘을 준다고 할까? 그 아래에서 십분만 보내도 빠진 힘이 돌아오고 머리가 상쾌해졌다.

그 은행나무가 꽃비를 좋아해서 그래. 란다.

나를 좋아해? 수컷나무야?

아니 엄마 표정이던 걸?

아... 엄마. 엄마는... 잘 계실까?

그럴 거 같은데? 한번 물어볼까?

며칠 후 현수가 엄마의 소식을 꽃비에게 전했다.

엄마는 나무가 될 거래.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아... 잘 됐다. 고마워.

엄마를 묻고 그 위에 나무를 심었다. 수목장을 한 것인데 그 나무가 엄마를 흡수해서 나무와 일체가 된다는 것이다. 엄마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수야 나도 수목장 해줘 알았지?

현수가 꽃비를 본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아 뭐야 또!

_

작가의 이전글꽃비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