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41 마지막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꽃비_41

근데... 근영이도 같이 가면 안 돼?

글쎄 그건 근영이에게 달린 거라 내가 뭐랄 수 없겠는걸

아... 만약 근영이가 그럴 수 없다면!



근영이의 시간이 사라지고 난 후에 가도 돼?

무슨 의미일까?

그러니까 그게... 그때까지 현수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노인이 되고 힘들어지고 그러면 맛있는 것도 못 만들어주고 뭐 달라면 바로 바로 못 줄 거고, 그래도 괜찮을까?

그때도 나에게 뭔가를 주게?

아, 줄 수 있는 한은... 다 주고 싶어

나무가 되면, 아니지 정확하게 나무처럼 되면 시간이 느려질 거야. 꽃비도. 나와 함께라면

정말? 그럼 다들 늙는데 난 늦게 늙어?

그렇지 않을까? 그럴 수 있게 된다면 말이지.

그럴 수 있게 된다면? 그럼 그건 언제 알게 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거지.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하지만,

하지만?

응 꽃비에 대한 내 사랑은 그 시간의 속도에 상관없이 언제나 함께 할 거야. 빠르면 그만큼 늦으면 또 그만큼

빠르게 느리게 그만큼



언제까지나

응 꽃비가 존재하는 그 모든 곳에서 나의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거야

아... 아... 왜 이렇게 그냥 믿어지지?

믿어도 되니까!

응 고마워. 현수야. 믿을게.

그래 천재지변만 아니라면. 이라는 단서는 있어

아이고 그것도 걱정이네

브레이크 타임에 꽃비는 은행나무 아래가 아니라 티비 앞에 앉아있었다.

태풍이 휩쓸고 간 홋카이도는... 수퍼 허리케인이 할퀸 상처는... 등등 뉴스에서는 기상이변이라며 뽑혀 날아가는 나무들, 뽑혀 날아가는 세상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아이고 어째... 아이고

왜? 새삼 기상이변이 걱정 돼? 그러게 우린 참 좋은 나라에 태어났어. 그치?

근영이가 우리나라 좋은 나라 하자 산불에 대한 뉴스가 이어 나온다.

아이고 어째 어째. 또 근심스러운 꽃비다.

에효 정말 산불 조심 좀 하지. 전에 어디 갔다 오는 길에 앞 차에서 담배꽁초를 그냥 밖에다 던지더라고. 진짜 미친 거 아냐?

그러게 말야. 아이고 머리야

꽃비가 은행나무 밑을 찾았다. 은행나무가 인간은 참 사서 걱정도 많은 것 같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모를 땐 그냥 살아왔는데 알고 나니 병이 생긴 셈이다.

그렇지. 그래.

서늘한 바람이 머리를 식혀준다. 은행나무가 해를 따라 그늘을 늘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 그냥 사는 대로 사는 거지. 뭐.

은행나무의 가지가 끄덕이는 것 같다. 꽃비는 언젠가 은행나무와 진짜 이야기를 나눌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뭐해? 무슨 심각한 생각?

아니 근영아! 근영이 너 참 좋아한다고!

뭔! 새삼!

근영이가 달려와 꽃비를 안았다. 꽃비가 근영이를 안았다. 은행나무 그늘이 바람에 날려 두 사람 곁에서 가만히 일렁인다.

단편소설 꽃비_끝

_

작가의 이전글꽃비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