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단추 구멍
꿰면 꿸수록 헐거워지는 단추구멍은 마치 인생 같다. 단추와 구멍처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 조여지고 여며지며 단단해지다가 어느새 헐거워지고 슬그머니 버려지지.
삶도 늘어진 구멍처럼 되는 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새옷을 사나보다. 뻑뻑한 구멍이 자신을 다시금 조여줄 것처럼. 버려진 옷은 기억 밖에서 사라진다.
하나가 좋으면 줄창 그것 하나만 입는 나는 구멍 나고 늘어지고 헐렁해도 그것이 편안해서 버리지 못한다. 어쩌면 새로움에 대하여 어쩌면 낯섦에 대하여 어쩌면.
빨아서 구멍 나고 닳아지고 검은색이 회색이 될지라도 너의 첫 색깔을 기억하고 있으니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의 오랜 검은 티셔츠 물 빠진 오랜 청바지.
흠집 나고 구멍 나도 낡은 옷을 고집하는 나처럼 늙고 낡은 나를 고집하는 당신을 오래 오래 곁에 두고 싶다. 오래 오래 그 곁에서 단추와 구멍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