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방법
사라지는 법
나는 전염병이 시작된 어느 땅을 안개와 매캐한 소독약 사이로 걷다가 땅밑에서 구륵거리는 죽지 못한 것들의 소리를 들었다. 서로의 눈은 서로를 바라보았던가? 서로의 발은 서로를 움켜쥔 채로 땅밑이라도 남아 있을 반 줌의 숨이라도 당기려고 콧구멍을 꿈틀거렸을까?
먼 땅 돌무덤 아래 숨겨진 사는 법을 잊었으니 결국 삶은 줄어들고 숨은 가늘어지지. 동족들은 울타리 위에서 울었다. 그 땅을 내려다본 적이라도 있을까. 후손들이 이리 죽었거나 죽어갈 땅밑에서 사라져가는 울음을 들었는가.
숨이 다할 이들은, 살았어야 떠나는 날갯짓을 이제부터 시작할 터이다. 살아 남았어야 수만 년간 이어온 살아남는 법을 시작할 터이다. 살았어도 죽을 우리들은 잠겨진 시간의 잔숨을 내쉬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법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