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너는 주인도 아니면서 나를 끌어안고

by 수요일


당신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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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들어앉아 주인처럼 내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보고 듣고 말하기를 포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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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이는 것들마다 네가 깃드는지, 이제야 나는 알겠다. 흡연 구역 바닥의 그득한 꽁초들. 더러운 침들. 그 곁으로 꽁초를 치워가는 누군가의 아버지.

그는 전철 기둥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감았다. 감은 눈은 열리지 않은 채 귀만 세울 것이다. 그가 내려야 할 곳을 언급하는가. 그 선잠을 깨우기가 왠지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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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앉아 가는 동안 눈 둘 곳이 없어 이리저리 훑다가 네 아버지를 보았다. 내 아버지는 아니야. 그분은 어제가 기일이었고 나는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가족이 보내준 제상에 꾸벅꾸벅 두 번 절 하였다. 민망하게 사진 속 제상의 아버지가 웃는다.

원래 내 것이 아닌 길을 헤매다가 원래 내 것도 아닌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는 내 의자처럼 나를 받아들였다. 나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엉덩이를 들이밀어 주저앉으며 의자에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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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도 아닌, 너는 왜 세 들어 사는 주제에 이렇게 당당하게도 주인처럼 내 눈을 적시는가.

슬픔아, 나는 원래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으며 나는 원래도 그렇게 어둡지 않은 사람이다. 나를 끌어안지 마라. 너에게 어울리는 내 아버지 곁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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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아들이 보냈을 거야. 나처럼. 그럼 나는 너를 끌어안아야지. 그렇다면 깊고 뜨거운 정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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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에 세 들어 사는 나의 주인, 슬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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